1. 서 론
목구조의 지진 피해는 단순한 하중 증가뿐만 아니라, 구조적・시공적 취약성과 환경 조건, 제도적 미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일본의 목조 건축물은 전통적인 구조 형식, 내진벽 부족, 시공 연도 차이, 밀집된 도시구조 등으로 인해 지진에 의한 붕괴나 화재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2024년 1월 1일 16시 10분,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지방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하여 쓰나미, 지반 융기, 액상화, 산사태 뿐만 아니라 2차적으로 화재까지 유발하며 인명과 도로 및 건축물에 대하여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와지마시나 시가초에서 진도 7이 관측되었으며, 노토 지방의 넓은 범위에서 진도 6 이상의 지진동이 다수 관측되었다[1]. 2024년 9월 4일 기준으로 일본 건축학회에서는 구조물 5,392동을 조사하였고, 대상 구조물 6,873동 가운데 91.0%에 해당하는 4,909동을 목조가 차지하였고, 도괴된 구조물의 수 또한 목조가 714동으로 가장 많다고 보고하였다[2, 3]. 특히 피해가 집중된 지역 대부분은 1981년 이전에 건축된 건물이 많았고, 이는 최신의 내진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스즈시 등 일부 지역은 전체 주택의 절반가량만이 내진 설계를 충족하고 있을 뿐, 여전히 지진에 매우 취약한 구조물이 많은 상황이었음이 확인되었다. 반면, 1981년 이후 강화된 내진 기준에 따라 건설된 건물은 비교적 잘 견디며 기존 설계 기준의 효과를 입증하였다.
Table 1은 이번 지진에 의한 목구조의 피해 정도를 무피해(no damage), 경미(slight)・소피해(minor)・중피해(moderate), 심각한 피해(severe), 붕괴(collapse)로 판정된 것을 건축 시기별로 정리한 것이다[2]. 이 표에서 사용한 판정 기준은 1981년 신내진기준에 따라서 건축된 목구조의 내진성능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 마련된 신내진기준의 목조주택의 내진성능 검정법 등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에서 지진 등의 자연재해시 목구조의 안전성과 피해 평가에 사용하는 기준이다[4-6]. 평가항목은 구조물의 기울기(tilt), 기초(foundation), 외벽(exterior wall), 개구부(openings), 브레이싱(bracings), 판넬(panels)과, 보수 가능성(repairability) 등을 고려하여, 각 세부항목에 대한 정량적 또는 정성적인 경계치를 설정하여 5단계로 판정한다(Table 2). Table 1을 통해 목구조의 손상 수준이 적용된 내진설계기준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신 내진기준 도입 이전에 건축된 목구조의 붕괴의 비율은 19.4%에 달하는 반면, 신 내진기준이 도입되고 개정을 거치면서 내진성능이 향상되어 2000년 6월 이후에 건축된 목구조의 붕괴 비율은 0.7%로 현저히 감소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2024년 1월 1일 일본 노토 지방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목조 건축물을 중심으로, 현장 조사[7-9]및 자료 조사[1-6]를 토대로 지진 피해의 양상과 그 원인을 분석하고자 한다. 우선, 이번 노토 지진에서 관찰된 목조 건축물의 주요 피해 사례를 통해 내진 거동의 특성을 고찰하며, 피해 유형은 크게 여섯 가지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액상화 현상, 재료의 열화, 구조시스템의 지진 하중에 대한 내진성능의 부족, 비 구조요소의 손상 등이 포함된다. 또한, 동일한 지진 하중 하에서도 적용된 내진설계기준에 따라 피해의 규모와 양상이 현저히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일본 목구조에 적용된 내진설계 기준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발전해 왔는지 고찰하고, 이러한 기준들이 지진 피해 저감을 위해 어떠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러한 조사・분석・고찰을 바탕으로, 목구조의 지진피해 양상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목구조의 안전성 평가에 사용된 구조적 거동 한계와 지진피해 양상을 상호 연계하여 정성적 내진성능 곡선(qualitative seismic capacity curve)을 제시한다. 나아가 피해 양상의 원인을 보다 논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계층적 지진피해 위계구조(seismic damage taxonomy)를 제시한다. 이 연구에서는 목구조의 내진설계 기준에서 각 요소들이 실제 지진 피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향후 목조 건축물의 내진설계 개선뿐만 아니라 기존 건축물에 대한 합리적인 보강 전략 수립을 위한 실질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본을 포함해 목구조를 널리 사용하는 국가들의 내진설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아직 구체적인 내진설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내진설계 기준 수립을 위한 체계적인 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 노토지진에 의한 목구조의 피해
지진에 의한 목구조의 피해는 사실상 다양한 효과가 상호작용하며 복합적으로 발생하지만 향후 내진성능 향상 대책 마련을 위해서 가급적 지배적인 거동을 기준삼아서 분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번 노토지진 피해 현장에서 발생했던 피해는 크게 5가지로 구분된다. (1) 열악한 지반과 기후조건으로 증폭된 액상화 현상에 대한 피해, (2) 오래된 목조 주택이 많은 지역이어서 재료의 열화에 의한 피해, (3) 지진하중에 의한 전단변형, (4) 불균형적으로 배치된 내력벽을 지진 목조 주택의 비틀림 변형, (5) 기초 및 토대와 기둥 과의 연결부, 기둥과 보의 접합부 등 주요 구조재들의 접합부 파괴, (6) 지붕과 외장재 등 비구조재의 피해로 구분해서 살펴본다. 노토지진에 의한 목구조 피해 사진들은 저자들이 수행한 현장조사에서 촬영한 것들이며[8], 지진 피해 이전의 사진은 참고문헌[9]의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2.1 액상화 피해
2024년 1월 발생한 노토지진에서는 지반 조건과 지진 발생 직전의 기후 영향으로 액상화 피해가 크게 나타났다. 액상화로 인한 목구조의 지진 피해는 목구조가 위치한 지형, 지반조건, 구조물의 형상과 구조시스템의 종류에 의해서 다양하게 발생했다. 액상화된 지반으로 인해 건물이 전체적으로 기울어지는 모습(Fig. 1(a))과, 지반과 기초의 불균등한 변형으로 구조물이 비대칭적으로 변형되는 상황(Fig. 1(b))이 나타났다. 또한, 인접한 도로의 변형과 토사 붕괴로 구조물의 안전이 위협받았으며(Fig. 1(c)), 지반 액상화로 인해 지표면으로 모래와 물이 분출되는 과정에서 주변 옹벽, 수도관, 하수도관, 전력선과 통신선을 지지하는 전봇대 등 라이프라인 인프라가 손상되는 복합적인 피해를 초래하였다.
2.2 재료의 열화에 의한 피해
목구조는 시간이 지나면서 목재의 부식, 균열, 흰개미 등 벌레 피해로 강도가 저하되어서 내진 성능이 약해진다. 더욱이, 벽체나 기둥과 보 등 주요 구조재의 연결부가 느슨해져 쉽게 파손될 수 있어서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지면서 건물의 일부 또는 전체 구성요소들이 분해되어 산산조각이 날 수 있다. Fig. 2는 다른 지역에 비해 노후 목조 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은 노토 지역에서, 재료의 열화로 인해 이러한 주택들이 지진 피해를 입은 사례를 보여준다.
2.3 전단 변형
지진에 의한 목구조의 전단 변형은 구조물에 가해지는 지진하중을 견디는 수직 구조재의 내진성능이 부족하거나 이러한 구조재의 접합부가 취약해져 구조적 성능을 잃게 되면 발생하게 된다. 단층 구조인 경우에는 전단벽의 강성이 부족하여 전단 변형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구성된 문과 창문틀이 함께 변형하였다(Fig. 3(a)). 2층 구조에서는 각 층에 분담되는 횡하중에 대한 내진성능의 수준에 따라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Fig. 3(b)는 상・하층 전체적으로 횡하중 내진성능이 모두 부족한 경우 전체적으로 횡방향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변형을 보여준다. 또한, 저층부가 상층부에 비해서 누적된 전단력을 감당하지 못해서 상층부에 비해서 보다 심각한 구조적 손상을 입기도 한다(Fig. 3(c)). 일본 목구조가 저층부에 주차공간을 두거나 상가와 용도를 겸하는 경우, 저층부의 개방감으로 벽량이 부족한 연약층(soft story)의 문제점이 뚜렷했다(Fig. 3(d)). 더욱이 저층부가 완전히 무너지면 2층 구조가 내려 앉으면서 그 충격으로 외벽의 마감재가 떨어져 나가는 피해가 발생하였다(Fig. 3(e)).
2.4 비틀림 변형
지진에 의한 목구조의 비틀림 변형은 주로 수직 구조재 배치의 불균형과 비대칭성에 의한 비정형성에 기인한다. 즉, 건물이 불규칙한 형태나 비대칭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구조시스템이 비틀림 변형을 하면서 구조적 피해를 유발한다. 특히, 기초나 벽체가 제대로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 더욱 심각한 변형이 발생한다. Fig. 4(a)는 저층부의 비틀림 강성이 부족하여 파괴되면서 상층부 구조가 강체 회전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한편, Fig. 4(b)의 저층부의 왼쪽과 오른쪽의 수직부재들의 파괴양상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 있다. 이는 상층부로부터 전달된 비틀림 하중에 의해서 저층부의 기둥 부재들이 비틀림을 저항하려다 파괴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Fig. 4(c)는 구조시스템이 비틀림 거동을 하면서 비구조재의 면외 좌굴을 초래하여 모퉁이 판넬들이 파손하여 붕괴된 것을 보여준다.
2.5 접합부 파괴
목구조의 부분 구조시스템들 간 또는 부재들 간 접합부가 손상되면 구조적으로 내진성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상부 구조와 하부 구조의 접합부가 지진에 의한 횡하중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Fig. 5(a)는 상부 구조와 하부 구조 사이의 접합부가 횡하중에 대해서 파괴되자 상부 구조가 강체 거동을 하면서 전도한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상부 벽식 구조와 하부 골조 구조 사이의 연속성 확보가 부족하여 접합부 인발력 파괴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목조 골조의 보-기둥의 접합부는 구조시스템 전체적인 내진성능을 좌우하는 요소이다. Fig. 5(b)는 입면 비정형성을 지닌 골조 시스템이 지진하중에 의해서 보-기둥 접합부가 변형된 사례를 보여준다. 동일한 주택의 외부(Fig. 5(b) 좌)와 내부(Fig. 5(b) 우) 피해 상황으로, 기둥과 보의 접합부가 파괴되어 구조시스템의 전단 저항 성능이 부족하여 구조물의 내외부가 손상을 입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일본 목구조의 토대는 기둥과 벽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기초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토대 위에 기둥을 끼워 넣는 장부맞춤 방식으로 시공되어 있다. 그런데 연결해야 할 부재들을 외부적인 철물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맞춤만으로 접합되 어 있는 경우에는 지진하중을 받으면 반복적인 흔들림에 의해서 기둥이나 벽체가 토대에서 이탈하게 된다(Fig. 5(c)).
2.6 비구조 요소의 파괴
목구조의 비구조요소는 지붕, 유리창, 문, 외장재 벽, 설비시스템 등 건물의 기능, 마감, 설비 역할을 수행한다. 일본 전통 목구조의 지붕구조는 목재를 활용한 가구식 구조로, 큰 처마와 완만한 경사, 그리고 복잡한 부재 결구가 특징이다. 주로 팔작지붕과 박공지붕 형태가 사용되며, 대들보・서까래・ 도리 등 부재들이 치밀하게 맞물려 하중을 분산시킨다. 강풍과 강설이 빈번한 노토 지역의 기후적 특성에 따라 경사지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전통 기와의 경우 재료가 무거워서 내풍 안정성에는 기여하나, 지진하중 측면에서는 경량기와에 비해서 중량 증가로 인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전통 기와의 고정 방식이 기와 이탈이나 낙하 방지를 위한 철물이 부재한 경우에는 지붕 타일의 이탈이나 박락의 피해가 크게 발생한다. 이번 노토 지진피해에서도 전통 목조의 지붕의 타일의 이탈과 박락을 포함해서 지붕 구조의 피해가 다수 관찰되었다(Fig. 6(a)). 특히 무거운 기와지붕으로 인해 벽체 전도 및 지붕-벽체 접합부 이탈과 같은 구조적 손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났다(Fig. 6(b)). 이는 일본 전통주택의 외부 벽체 마감은 흙벽이 일반적이며, 기둥과 보 사이에 대나무 살을 엮은 벽골조 위에 흙을 여러 층 바르는 방식으로 구성되는데, 지진 발생 시에는 벽체의 전단강도 부족과 접합부 약화로 인해 균열과 탈락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흙벽의 대규모 탈락과 붕괴로 인한 구조적 안전성 저하는 매우 치명적인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Fig. 6(c)는 구조시스템의 전단 변형이 매우 커서 내부 문을 내기 위한 골조의 변형을 초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3. 일본 목조에 대한 내진설계 변화
일반적으로 내진설계 기준은 주요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 양상을 분석하고, 이를 법이나 기준에 반영하는 순환과정을 반복하면서 진화한다 [10]. 일본의 목조 건축에 대한 내진설계의 변화도 여러 차례의 대지진을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다[11]. 이 연구에서는 일본의 내진설계 기준 변화와 그 속에서 목조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의 변천을 연도, 주요 지진, 법・ 기준 변화로 구분하여 표로 제시하였다(Table 3). 이는 지진 발생과 법제도 변화의 인과관계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하여, 목조 건축물에 대한 내진기술의 발전과정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함이다.
3.1 1950년 건축기준법 제정
일본은 1950년에 과거 간토대지진(1923년)과 같은 대규모 지진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물의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법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건축 기준법을 제정하였다[12]. 이 법은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 확보를 위해 내진성능을 갖춘 설계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목조 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에 있어서도 법제화 한 첫 기준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지진력에 대한 수평 하중계수를 최소 0.1이상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당시 내진설계 기준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경험적이었으며, 강도설계 중심이었다. 또한, 목조는 구조적으로 가볍고 유연하다고 인식되어서, 대상 구조물은 주로 철근콘크리트(RC) 구조 위주로 다루어졌기에 목조 구조에 대한 상세한 내진설계 지침은 현저히 부족하였다.
3.2 1981년 신내진기준
1978년 규모 7.4의 미야기현 오키 지진으로 28명 사망, 1,325명 부상과 1183 가옥이 전괴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후 건축기준법이 대폭 개정되어, 1981년부터 신내진설계 기준이 도입되었다[13]. 특히 경험적 접근법에 의존했던 1950년 건축기준법 내진규정에서 탈피하여, 구조적 거동에 기반한 성능기준형 내진설계로의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특히 설계지진력을 레벨1・ 레벨2로 구분하여 대지진에 대한 붕괴 방지 목표를 명확히 하고, 지진하중을 고려한 구조해석을 비롯해서 구조 부재의 강도와 연성 등을 고려한 설계를 하게 되었다. 이는 일본 내진설계의 발전과정에서 가장 획기적인 기준 개정으로 평가된다. 또한, 재료에 따른 건물 유형별로 설계기준을 구체화하였다. 이에, 목조에 대해서도 벽량에 대한 정량적 기준을 만족하는 내진 성능을 확보하고 접합부에 금속철물을 이용하여 강화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런데, 필요 벽량에 대한 총량만 규정할 뿐, 그것의 배치방안이나 접합부의 강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다.
3.3 1995년 고베 지진
1995년 규모 6.9의 고베 지진에 의해서 6,434명 사망, 43,792명 부상과 약 64,000여채의 주택이 전파 또는 반파되었고, 대부분이 목조건물이었다 [13]. 이에, 건축물 내진 개수 촉진에 관한 법률 [14]이 제정되었고, 기존의 1981년 건축기준법을 성능기반 설계로 개정하여 ‘생명 안전’과 ‘손상 제한’ 이라는 두 가지 한계 상태를 명시하였다[15]. 개정된 기준은 부지 조건과 지반 구조의 영향을 명확히 고려하고, 구조물의 강도뿐 아니라 변형 능력 또한 설계 변수로 반영하도록 요구하였다. 특히, 1981년 이전 기준으로 지어진 노후 목조 주택들이 대거 붕괴되었으며, 주요 원인은 내력벽의 부족, 내력벽 배치의 불균형성, 기초와 기둥 및 기둥과 보의 연결부 결손, 전통 경량 목조 주택의 접합부의 취약성 등이었다. 이에, 기존의 정성적이고 경험적인 기준에 의해서 목조에 대한 내진성능을 확보하는 것에 대한 한계성을 인식하고 목조의 기초, 접합부 상세, 내진성능 보강 등에 대한 지침을 강화하였다[16].
3.4 2000년 건축기준법 시행령 개정이후
1995년 고베 지진이후 내진설계 및 기존 구조물 보수보강에 대한 연구와 정책 변화를 거듭하여[16, 17], 2000년 건축기준법 개정에서는 기존의 규정 중심에서 성능 중심(performance-based)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였다. Fig. 7에서와 같이 건축물의 내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령과 기술기준에 근거하여 설계 루트가 보다 명확히 규정되어 있으며, 각 루트는 건축물의 규모, 중요도, 형태, 요구 성능 등에 따라 선택하여 설계하도록 하였다. 고베 지진이후 비구조요소에 대한 피해를 경감하기 위해서 층간변위에 대한 한계를 제한하였고, 설정한 지진하중에 대해서 손상수준을 검증하도록 보다 엄격하게 제시하였다.
목조 건물의 접합부, 내력벽의 배치, 기초의 연결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명시되었다. 구조계산을 생략할 수 있는 2층 이하 목조 건물에도 보다 명확한 내진규정을 적용하도록 했으며, ‘기초-기둥-벽-지붕’의 일체화를 중요시하는 내진설계로 강화하고 다음 사항을 구체화 하도록 요구했다. Fig. 8 은 목구조에 대한 주요 개정사항들을 정리한 것이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Mw 7.0)은 일본의 내진 설계 기준을 다시 한 번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욱이 진도 7의 강진이 연속으로 발생한 드문 사례였으며, 목조(木造) 건축물의 붕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 이에 일본의 목구조 내진설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와 강화를 불러왔다[18]. 2000년 이후 기준을 따랐음에도 붕괴된 사례가 존재해, 앞서 언급한 목구조에 대한 내진설계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되었으며, 반복 지진에 견디는 내진 설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먼저, 면진(지반과 건물 사이에 진동을 차단)과 제진(진동을 흡수하여 흔들림을 줄임) 기술이 목조건물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내력벽의 수량 및 배치 기준이 강화되어 구조적 균형을 확보하도록 했고, 지붕 기와의 낙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와 고정 기준도 엄격해졌다. 또한, CLT(Cross Laminated Timber)와 같은 고강도 신소재가 활용되면서, 목조 건축물의 구조적 안정성과 내진 성능이 한층 향상되었다[19].
2024년 1월 1일 노토지진 (Mw 7.6)은 주로 1981년 이전에 지어진 노후 목조건축물에 큰 피해를 주며 일본 내진설계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이번 지진은 내진 기준의 중요성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노후 건축물의 내진 보강을 촉진하고, 지역 맞춤형 내진 설계 기준 강화, 제진・면진 기술 확대 적용, CLT 등 신소재 활용, 그리고 교통・해안 인프라의 내진성 향상 등을 추진 중이다[20].
4. 지진피해의 교훈
이 연구에서는 노토반도 기존 지진피해조사에서 나타난 목구조의 피해 양상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여 향후 유사 재해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다음 사항들을 도출하였다. 첫째, 목구조의 대표적 지진피해 유형을 정의하고, 둘 째, 목구조 지진 피해 수준과 내진 성능의 상관관계 곡선을 정성적으로 도식화하며, 셋째, 목구조의 지진피해 유형과 이를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을 함께 통합된 위계구조로 계층화한 것이다.
4.1 목구조의 지진피해 유형
Fig. 9는 목구조에서 지진 발생 시 관찰될 수 있는 주요 피해 유형을 지반 및 기초, 전도(overturning), 전단변형(shear deformation)과 비틀림 변형(torsional deformation)에 따른 구조적 취약성을 중심으로 도식화한 것이다. 먼저, 지반 관련 피해에는 액상화(liquefaction), 침하(settlement), 미끄러짐(sliding), 토사 분출(sand boil) 등이 있다. 액상화는 지반 강도의 저하로 인하여 목구조 기초부의 불균일한 침하를 초래하며, 토사 분출은 지반 내 지하수가 지표로 분출되면서 목구조기초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전도와 관련된 피해양상은 주로 지진에 의한 횡 하중을 견디지 못해 목구조 전체 또는 부분 구조가 기울거나 넘어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단층 상부구조와 기초의 분리 또는 2층 상부구조가 저층 지지구조로부터 이탈함으로써 발생한다. 전단 변형은 작용한 횡 하중에 의해 구조시스템 전체 또는 강성 분포에 따라 점진적 또는 국부적으로 횡 방향 변형이 기하학적 기울어짐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마지막으로, 비틀림 변형(torsional deformation)은 목구조 평면 내 수직 구조재가 불균형(plan irregularity)하게 배치되어, 상・하층 구조의 질량 중심과 강성 중심 간의 불일치로 인해 층별 평면의 회전 거동을 보이는 현상이다. 이러한 피해 패턴의 분류는 목구조의 지진 피해 메커니즘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고, 지진피해 현장에서 피해 유형의 판별과 내진 성능 평가 및 보강 설계 시 주요 고려사항을 도출하는 데 유용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4.2 목구조의 내진성능 곡선
실제 목구조에서 발생하는 지진 피해는 단순히 하중의 점진적 증가보다는, 구조시스템이 내포하고 있는 지진 취약 요소의 종류와 위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진력의 크기가 클수록 구조적 내력의 저하와 손상 수준은 일반적으로 증가하며, 이는 보수 가능성과도 밀접하게 연관되나.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하면, 구조적 거동과 피해 상황을 정성적이고 개략적으로 도식화하여 유추할 수 있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지진 피해 발생 시 적용되는 5단계 목구조 지진 피해 등급화(Table 2)와 이 연구에서 정리한 주요 피해 유형을 종합하여, 목구조의 정성적 내진성능곡선을 Fig. 10과 같이 제시하였다. Fig. 10의 가로축은 구조물의 기울기(Inclination), 지진 손상 등급(Seismic damage severity), 보수 가능성(Repairability)을, 세로 축은 밑면 전단력(Base shear) 즉, 지진 하중의 크기를 설정하였다. 수평 축의 지진 손상 등급은 경미 손상(Light damage), 작은 손상(Minor damage), 중간 손상(Moderate damage), 심각 손상(Severe damage), 붕괴(Collapse)로 손상의 중대함을, 보수 가능성은 용이(Easy)에서 불가능(Impossible)으로 보수의 불가능성으로 나타냈다. 구조물의 손상등급에 따른 피해 양상은 기존 연구[21]와 이 연구에서 정리한 Fig. 9의 피해 양상을 손상수준에 맞춰서 배열한 것이다.
지반 및 기초변형에 의한 구조물 손상과 전도(overturning)의 피해는 일반적으로 구조물에 작용하는 하중의 크기에 따라서 발생하는 전단변형이나 기울기 변화와 같은 점진적 거동보다는, 오히려 구조물의지지 기반이 먼저 무너짐으로 인해서 순간적으로 구조시스템 전체의 강체 변형을 크게 초래하기 때문에 작은 지진하중에 의해서도 큰 변형의 거동 특성을 보여준다. 이에 Fig. 10의 하단에는 지반 관련 피해 변형 현상을 배치하였다. 또한, 전단변형에 이어서 비틀림 변형을 수반하는 경우에는 과도한 변형으로 붕괴되는 경우도 보여주고 있다.
1층과 2층 목구조의 내진거동은 뚜렷한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내진성능 곡선에서 상호 비교는 용이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1층 목구조는 구조가 단순하고 질량이 작아 지진 시 발생하는 지진력이 2층 목구조에 비해서 작다. 또한, 2층 목구조는 상부 층의 질량으로 인해 하부 층에 지진하중이 집중되고, 층간 변위가 발생하며, 하부 층의 강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면 ‘연약층(soft story)’ 현상이 생겨 붕괴 위험이 커진다. 더욱이, 구조시스템의 일체화를 유지해주는 접합부는 지붕과 벽과 기둥의 수직구조 시스템, 상부 층과 하부 층, 하부 층과 기초 구조와의 상호 지지력을 담보해주는 것이므로, 이러한 층간 접합부의 취약은 상부 층의 전도(overturning)로 이어진다.
4.3 목구조의 지진피해 위계구조
지진에 의한 목구조의 피해 특성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피해 양상에 대한 분류를 넘어, 피해 발생의 근본적 원인(Damage Cause)에 대한 통합적 고찰이 필수적이다. 전단 변형, 비틀림 변형, 기초파괴 등 시각적으로 인식되는 외관 손상의 발생 배경에는 강성 불균형, 연약층(soft story), 지반 약화, 구조부재 간 부적절한 접합부(connection deficiency) 등 다양한 구조적 원인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 양상에 대한 표층적 분류만으로는 내진 성능의 취약 요인을 정량적으로 도출하기 어렵고, 효과적인 보강 대책 마련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4.1에서 정리한 목구조의 구조적 지진 피해 양상(Fig. 9)뿐만 아니라 비구조적 피해를 포함하여, 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원인들을 연계하여 Fig. 11에서와 같이 목구조의 지진피해 위계구조(Seismic Damage Taxonomy for wood Houses)로 확장하여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구조적 파괴는 건물의 주요 구조 요소인 기초, 골조, 벽체, 지붕, 트러스 등이 손상되거나 붕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구조적 파괴의 주요 원인으로는 기초 지반 파괴, 골조・벽체 파괴, 구조적 불규칙성, 지붕 파괴, 트러스 부재 손상 등이 있다. 기초 지반 파괴는 지반 자체의 약화로 발생하며, 액상화, 침하, 사질토 용출 등의 현상으로 인해 기초가 변위되거나 지반이 불안정 해진다. 이는 주로 불량한 지반 상태, 높은 지하수위, 불충분한 기초 앵커링 등에서 기인한다. 골조・벽체 파괴는 부재 자체의 손상이나 연결부 결함으로 발생한다. 재료의 결함, 하중의 불균형, 과도한 수평하중으로 인해 구조 부재가 과응력 상태에 놓이거나 파괴될 수 있다. 또한 연결부의 불량이나 기초의 불안정도 이와 같은 손상을 가중시킨다. 구조적 불규칙성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입면적 수직 구조의 불규칙성, 평면적 수직 구조 배치의 불규칙성, 질량 배치의 불규칙성 등으로 인해 지진 하중이 고르게 전달되지 못하고 국부적인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약층(Soft Story)이나 다이어프램의 약화는 파괴 가능성을 더욱 가중시키다. 지붕 파괴는 지붕 지지부의 손상이나 연결부 불량, 재료 결함, 수평구조판의 약화 등으로 발생한다. 트러스 부재 손상 역시 트러스 전도나 연결부 결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비구조적 파괴는 건물의 주요 구조체 외의 부속 요소들, 예를 들어 문, 창호, 외장재, 지붕마감재, 전기・배관 설비 등이 손상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비구조 요소의 파괴는 구조 요소의 파괴보다 먼저 또는 구조 요소의 파괴와 더불어서 나타난다. 외벽 마감재나 지붕마감재(기와 등)의 이탈은 큰 진동으로 유발되기 쉬우며, 재료의 열화가 심할수록 이러한 외장재의 손상은 작은 진동으로도 쉽게 유발된다. 문・창호 파괴는 주로 구조 부재의 변형에 따라 발생하며, 문・창호의 프레임의 고정이 불량이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전기・수도・가스의 배관 손상은 구조 부재의 변형, 고정 불량, 기초 변위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5. 결 론
2024년 일본 노토지진은 광범위한 지반 변형과 강한 지진동으로 인해 이시카와현 일대의 목조 건축물에 다양한 피해를 초래하였다. 이 연구는 이러한 지진피해 사례를 실증적으로 조사・분석하여[7, 8], 목구조의 구조적 취약성과 피해 양상을 규명하고, 내진설계기준의 변화 및 대응 전략을 고찰함으로써, 향후 목구조의 지진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첫째, 현장 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주요 피해 특성을 도출하였다. (1) 연약 지반과 기후 조건의 영향으로 인한 액상화는 기초부의 불균등 침하 및 구조물 전도를 유발하였으며, 이는 지반・기초와 구조물 간 연계된 손상의 대표적 사례로 확인되었다. (2) 노후 목조 건축물은 내진기준 미적용, 재료 열화, 중량 지붕 등의 요인으로 인해 내진성능이 저하되어 구조적 손상이 집중되었 다. (3) 저층부의 횡강성 부족은 연약층 파괴로 이어졌으며, (4) 수직 구조재의 비정형 배치로 인한 질량-강성 중심의 불일치는 비틀림 변형 및 외장재 탈락을 유발하였다. (5) 접합부 손상은 구조시스템의 일체성 상실로 이어졌고, 특히 수직하중 전달계의 불연속은 상층부의 전도와 같은 치명적 피해로 확산 되었다. (6) 지붕의 기와 이탈 및 낙하는 전통적인 고정방식의 한계를 드러냈으며, 중량 지붕은 횡하중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둘째, 일본 내진설계기준의 역사적 개정 흐름을 분석한 결과, 1981년 신 내진기준 도입 이후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하였다. 1995년 고베지진, 2000년 건축기준법 시행령 개정, 2016년 구마모토지진 이후로는 벽량 배치의 정형성 확보, 금속철물의 의무화, 기초 앵커 적용 등 실무 적용성 높은 기준이 강화되었으며, 최근에는 면진・제진 기술과 CLT 등 고성능 신소재의 적용도 적극 권장되고 있다.
셋째, 본 연구는 노토지진 사례와 설계기준 변화 고찰을 바탕으로 향후 유사 재해에 대비한 실질적 대응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1) 목구조 건축물의 대표적 지진피해 유형을 지반・기초, 전도, 전단・비틀림 변형 등 구조적 취약성을 중심으로 정의하였다. (2) 내진성능과 피해 수준 간의 관계를 정성적으로 도식화하여, 지진력 크기, 손상 수준, 손상 양상, 보수 가능성 간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목구조 피해 유형과 원인을 통합・계층화한 ‘지진피해 위계구조’를 제시함으로써, 내진성능 평가, 보강 설계, 피해예측 모델링 등에서 실증적이고 일관된 의사결정을 지원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목조 건축물의 지진피해 양상에 대한・정성적 분석을 통해 내진성능 향상 및 정책 수립의 근거를 제시하였으며, 향후 지역별・ 구조형식별 내진성능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기초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유럽 등 목구조를 널리 사용하는 주요 국가의 목조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 및 보강 전략과의 비교・연계를 통해, 국제적 내진 설계 적용 사례에 대한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지진 재해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응 전략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진 재해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응 전략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