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국내 계획 도시 및 신규 개발 택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지하공동구는 전력, 통신, 상수, 난방, 중수 등의 다양한 공급망을 포함하며 도시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기반시설이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최근 국내의 다양한 재난·안전 세부 분야에서 공동구의 안정적 운영 및 관리를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1-4].
한반도가 지진 안전 지역이 아닐 수 있다는 인식 확대에 따라 지진 재난에 대한 예방, 대비, 대응, 복구가 시설물 관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지하공동구를 포함한 사회기반시설의 지진 거동에 대한 합리적 평가가 과거에 비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쾌적한 지상 생활공간에 대한 지속적 요구에 따라 다양한 시설을 지하화하고 있는 현재의 추세를 고려할 때, 공동구를 포함한 지중구조물의 지진 거동 검토 및 내진성능 평가는 앞으로 꾸준히 중요하게 여겨질 것으로 판단된다.
보편적으로 지하공동구보다 깊은 심도와 긴 연장을 가진 터널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수행되어 왔으나[5-7], 상대적으로 얕은 심도에 시공된 지하공동구의 지진거동을 독립적으로 다룬 연구는 그 수가 매우 적고, 대체로 터널 연구에서 도출된 결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에서 적용되고 있는 공동구 내진설계 및 평가 관련 기준 및 요령[8, 9]에서는 터널의 내진설계 및 평가 방법[10, 11]에 기반한 내용이 서술되었으며, 지반주상도 상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지반층의 전단파속도와 그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화한 지반층을 기반으로 산정한 최대 상대변위에 대한 횡단면의 안전성 검토를 주로 다루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평가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국내외에서 지중구조물의 내진 설계 및 평가에 널리 사용되는 의사정적(pseudo-static) 하중에 기반한 두 가지 유형의 단순화 해석 방법의 특성과 차이를 검토하고, 이를 국내 박스형 공동구 단면에 적용한 해석에서의 지진 변위 응답 산정 결과를 비교한다. 또한 유한차분법을 적용한 동적해석 결과와의 비교를 통해 단순화 해석 방법 적용 시 유의할 점을 고찰한다.
2. 단순화 해석 방법
일반적 공동구와 같이 박스형 단면을 가진 선형 지중구조물에서 지진 시 발생하는 취약한 변형모드 중 하나는 지중구조물의 축방향에 수직한 단면의 뒤틀림(racking)이며, 다양한 연구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5],[6],[12-15]. 원형 단면보다 박스형 단면이 뒤틀림 변형에 대해서 더 취약하며[6, 15], 개착식 지중구조물의 경우 되메움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존 지반과의 물성 차이와 얕은 심도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뒤틀림 변형 평가 실무에서는 단순화 해석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단면을 2차원의 프레임으로 단순화하여 모델링하므로 계산의 효율성이 제고되는 장점이 있다. 이 방법에서는 의사정적 하중을 적용함으로써 지진에 의한 횡방향의 뒤틀림 변형을 산정할 수 있다. Kawashima[16], Argyroudis and Pitilakis[17] 등의 기존 연구에서는 의사정적 해석과 동적 해석의 결과를 비교하여 그 차이가 크지 않고 의사정적 해석 결과가 충분히 정확한 것으로 보고한 바 있으며, 구조물-지반 상호작용 하에서 구조물 벽체와 주변 지반의 관성력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음을 그 근거로 하고 있다.
단순화 해석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 유형이 미국 FHWA[18]에서 채택하고 있는 변형 기반의 해석방법이고, 두 번째 유형은 ISO 23469[19]에서 서술하고 있는 하중 기반의 해석 방법이다. 첫 번째 방법, 즉 변형 기반의 해석 방법에서는 지반변형에 의한 구조물의 변형을 산정하고 그 조건 하에서 해당 단면이 적절히 기능하는지 검토하며, 두 번째 방법, 즉 하중 기반의 해석 방법에서는 지반변형에 의해 구조물에 가해지는 압력을 산정하고 그에 대한 단면의 거동을 검토한다. 국내 기준 및 요령에서는 하중 기반의 해석 방법을 도입하여 적용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 는 각각 FHWA 방법(또는 FHWA 모델), ISO 방법(또는 ISO 모델)으로 명명하고 각 방법과 적용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FHWA 방법에서는 Wang[6]과 Penzien[15]의 연구에 기초하여 지중 구조물의 지진거동을 평가하는데, 빈 공간이 있는 구조물의 강성을 고려하여 뒤틀림과 그에 따른 거동을 예측한다. 즉, 지반 내의 등분포 전단변형에 대한 구조물과 지반의 유연도비(Fr)를 산정하여 뒤틀림 계수(Rr)를 도출하고, 이를 적용하여 식 (1)과 같이 지반의 자유장 변위(Δff)와 구조물 변형 (Δs) 사이의 관계를 유도한다. 여기서, no-slip 경계면일 경우에는 식 (2)와 같이[6, 15], full-slip 경계면일 때는 식 (3)과 같이[15], 포아송비(νm) 및 유연도비에 따라 뒤틀림 계수를 정의한다.
Fig. 1는 지반변위에 따른 1련 박스형 단면 지중구조물 거동을 개략적으로 보여준다. Fig. 1(a)에서 나타낸 바와 같이, Δff가 지진에 의해 발생하였을 때 이에 따른 Δs가 발생하게 된다. Fig. 1(b)는 식 (1)에서 산정된 Δs를 적용한 박스형 단면 지중구조물의 거동 및 해석 방법을 보여준다.
이 방법에서는 유연도비 결정 단계와 프레임 해석 단계에서 순수한 뒤틀림 변형에 대한 가정을 기반으로 하지만 강성이 큰 구조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회전거동(rocking)이나 상대적으로 강성이 작은 구조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측으로의 변형을 고려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실제 구조물의 거동과 비교했을 때 부재력의 차이가 클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ISO 23469 방법(이하 ISO 방법)에서는 프레임과 스프링 요소를 조합한 모델을 사용하여 지중구조물의 횡방향 거동을 검토한다. 보-기둥 요소로 구조물을 모델링하고, 스프링 요소로 지반-구조물 상호작용을 모델링한 후, 여기에 지진 등에 의한 하중을 적용하게 된다. 지진으로 발생하게 되는 하중은 크게 세 가지, 즉, 구조물과 상부에 쌓여있는 토사의 질량에 따른 횡하중, 구조물의 둘레를 따라 작용하는 전단응력인 주면전단력, 지반과 맞닿는 구조물의 양쪽 벽체에 작용하는 지진 토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 공동구 설계기준[8] 및 기존 시설물(공동구) 내진성능평가 요령[9] 에서는 Fig. 2와 같이 ISO 방법의 모델링을 도입하여, 수평부재에 연결되는 스프링 요소는 수평 및 수직방향으로 각각 KSB, KV의 계수를 가지며, 수직부재에 연결되는 스프링 요소는 수평 및 수직방향으로 각각 KSS, KH 의 계수를 가지는 것으로 정의한다. 또한, 지진에 의해 발생하는 하중으로 상부 토사의 의한 상판변위하중 , 구조물의 등가정적관성력 fi 및 주면전 단력 τU, τB, τs 에 대하여 정의한다. 본 연구에서는 공동구 내진성능 평가요령[9]에서 명시한 4면 지지모형의 적용조건에 따른
을 사용하며, 지진이 없는 경우에도 작용하는 상시하중을 고려한다.
ISO 방법은 FHWA 방법과 마찬가지로 적용이 비교적 쉬우나, 지중구조물에 작용하는 지진 토압의 정확한 크기와 분포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구조물 주변으로 작용하는 주면전단력에 대한 산정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지반과 구조물 사이의 미끄러짐 등에 의한 복잡한 거동이 경계면에서의 응력 재분배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러한 양상은 이러한 수치해석 모델에서는 구현할 수 없다. 또한, 모델에 추가된 스프링의 거동을 명확한 함수로 정의하는 것 역시 까다로운 문제이며 그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17],[20, 21].
3. 지진 해석 개요
2장에서 논의한 단순화 해석 방법을 적용하여 지하공동구의 횡단면 지진 거동을 검토한다. 국내 개착식 공동구의 특정 단면이 사용되었으며, 다양한 지반조건과 입력 지진, 매립 심도를 변수로 설정하여 지진해석을 수행 하였다. 해석에 사용된 횡단면은 1련 및 2련 박스형 단면이며, 그 외의 변수 는 Table 1에서 간략히 요약하였다.
3.1 지반 모델 및 지진 시나리오
내진설계 일반 기준 KDS 17 10 00[22]의 지반분류체계에 따르면 개착식 터널을 시공할만한 국내 지반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S2, S3, S4 지반에 대 하여 일반화 토사 지반 모델을 구성하였다. Kim et al.[23]에서 S4 지반에 대한 일반화 모델인 KLL21s4를 구성한 것과 마찬가지로 S2, S3 지반에 대해서도 일반화 모델인 KLL23s2, KLL23s3을 구성하였다. 이러한 지반조건을 해석의 변수로 고려하기 위하여 전단파속도 주상도를 Fig. 3과 같이 구성하였으며, 강진동 모사에 요구되는 하부 지각구조 역시 확인할 수 있다.
각 지반에 대하여 약 1,000년의 재현주기 지진에 지반증폭계수를 적용한 지반가속도에 상응하는 시나리오 지진을 산정하였다. 규모 6.5를 초과하지 않으면서 지진에너지의 기하학적 감쇠(geometric attenuation)의 경계로 설정된 단층 거리 40 km 이내의 강진동 모사 조건을 만족하는 지진의 규모-거리 조합을 반복 계산을 통해 Fig. 4와 같이 산정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시나리오 지진에 의한 변위 산정의 불확실성을 고려하기 위해 두 방법 모두 M 5.4 (R = 14.13 km), M 5.9 (R = 20.25 km), M 6.4 (R = 29.4 km) 지진에 대해 각각 산정된 변위와 부재력에 0.25, 0.5, 0.25의 가중치를 부과한 평균값을 적용하여 지반조건에 따른 공동구의 거동 차이를 검토한다.
Fig. 4의 동일 지반가속도를 생성하는 각 시나리오 지진원 응답스펙트 럼에 기반하여 공학적 암반에서부터 지표면까지 지반변위를 계산할 수 있다. 지반변위 산정에서 지반 증폭과 감쇠 효과는 지진파저항제곱근(squareroot- impedance)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 방법은 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본 연구의 대상이 되는 일반화 지반에 대해 지진원 모델과 함께 사용하기에 적합하며 실제 미동부 지역의 지반에 대한 부지증폭에도 사용된 바 있다[24]. Fig. 5는 위에서 서술한 세 가지 지진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도출한 각 지반 모델의 기반암에서 지표면까지 횡변위를 보여준다. 단일 M 5.9 (R = 20.25 km) 시나리오 지진(Fig. 5(a))과 위의 세 가지 경우를 모두 고려하여 변동성을 반영한(Fig. 5(b)) 심도에 따른 지반모델별 지반변위 산정 결과를 비교하였다. 시나리오 지진의 규모-거리에 따라 산정된 지반층의 변위 분포에 대해 일반화 지반 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지반모델에서 전단파 속도가 낮아질수록 지반 변위의 변동성이 대체로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각 단면의 심도에 해당하는 지반 상대변위를 자유장변위로 적용하여 입력 지진의 영향을 반영하였다.
3.2 대상 구조물
단순화 해석에 고려되는 공동구는 국내 공동구 단면 계획 중 단순한 1련과 2련의 구조로, 대상 공동구는 일반적으로 토피 2.8 m 내외의 얕은 심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심도에 따른 지진 거동의 차이 비교를 위해 최대 매립 깊이가 토피 9.8 m에 이르는 경우 역시 고려하였다(Fig. 6(a)).
단면의 련수는 상이하나 단면 폭과 높이, 부재 두께를 동일하게 설정하여 비교하였고, 실제 설계에서는 얕은 심도에 위치한 단면에서는 줄어드는 하중에 따라 부재 두께가 줄어들 수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동일하게 설정하였다. 단면의 폭은 4.6 m, 높이는 2.6 m, 상하부 슬래브 두께는 각각 450 mm, 500 mm, 외부와 내부 벽체의 두께는 각각 450 mm, 300 mm이다. 콘크리트의 압축강도는 24 MPa, 철근의 항복강도는 300 MPa로 가정 하였다. 본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공동구의 단순화 수치해석을 위해 상용프로그램인 SAP2000[25]을 사용하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보-기둥(라이닝)으로 구성된 2차원 프레임 구조물 모델(Fig. 6(b))에 대한 해석을 수행 하였다. 공동구 콘크리트의 강도는 23.5 MPa, 탄성계수는 24.4 GPa이며, 콘크리트 내진설계기준 KDS 14 20 80[26]에 따라 내진해석 시의 유효강성을 적용하였다. 라이닝 두께의 1/4 가량의 조밀한 간격으로 절점을 배치하고 보-기둥 요소를 연결하여 모델을 구성하였다.
3.3 적용 하중
지중구조물 해석 시 다양한 하중과 하중조합을 고려하는데, 본 연구에서 고려한 주된 하중은 구조물 상부에 수직방향으로 작용하는 토사 등의 중량 (D), 지표면 상부에서 수직으로 작용하는 활하중(L), 구조물의 양쪽 벽면에 횡방향으로 작용하는 토압과 수직방향 활하중에 기인한 추가적인 토압(H), 지진하중(E)이다. 해석의 간략화를 위해 지하수위에 따른 추가적인 수압에 의한 횡토압 및 부력은 고려하지 않았다. 붕괴방지 수준에 대한 하중조합인 U = 1.0(D + L + H + E) 을 적용하였다.
지진하중의 경우, FHWA 방법에서는 뒤틀림 계수를 적용하여 산정된 지중구조물의 횡변위를 집중 또는 역삼각형 분포의 의사정적하중으로 프레임의 측면에 입력한다. 이와 달리, ISO 방법에서는 지중 구조물 주변에 작용하는 여러 외력을 모두 입력한다. 특히, 공동구 주변 지반에 대한 스프링 요소 정의 시, 지반반력계수는 해당 평가요령[9, 11]에 따라 산정하였다. 본 연구에서 고려한 일반화 토사 지반에서는 지반의 특성이 심도에 따라 변화하므로 지반 특성에 따른 지반반력계수를 적용하였다. 이외에 주면 전단력 산정 등을 포함한 지진하중 역시 내진성능 평가요령에 따라 산정하였다. 단, Kim et al.[23]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국내 지진하중에 대한 지반의 유효 감쇠를 반영하여 평가요령에서 붕괴방지 수준에 적용하는 과도한 감쇠비는 배제하였다.
4. 지진 해석에 따른 변위 응답 평가
4.1 단순화 해석 검증을 위한 FLAC 모델 개요
2장에서 서술한 두 방법을 적용하고 3장에서 서술한 변수와 정보를 입력하여 의사정적 지진 해석을 수행하고, 3.1절에서 서술한 지진 시나리오에 기인한 지반변위 가중평균값에 따른 각 공동구 단면의 횡방향 상대변위 응답을 평가하였다. FHWA, ISO 모델의 적정성을 검증하고자 상용프로그램인 FLAC[27]을 사용한 해석결과를 비교하였다. FLAC을 통하여 3.1절 에서 언급한 각 일반화 지반을 모델링하고 유한차분법을 적용한 의사정적 지진 해석을 수행하였다.
FLAC을 사용한 2차원 모델링에 있어서, 지하수는 단순화 모델과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기 위해 고려대상에서 제외하었고, 지반을 구성하는 토질이 매립토, 사질토, 풍화토, 풍화암임을 고려할 때, 토질의 점착력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것으로 판단하였기에 무시하였다. 또한, FLAC에 입력되는 지반의 물성치인 토질의 단위 중량, 포아송비 등에 대해서는 앞서 산정된 토사 지반 모델들의 각 심도에 적용된 전단파속도를 토대로 지층을 크게 매립층, 충적층, 풍화토, 풍화암으로 구분하고, 각 지층은 실측된 지반 탐사결과[28-32]를 바탕으로 적합한 단위 중량과 포아송비를 가지도록 설정하였다. 기존 시설물(공동구) 내진성능 평가요령[9]에서는 측정된 전단파속도가 연약한 지반(360 m/s 미만)을 나타낼 경우 80%만 반영하므로, 충적층의 지층별 평균 전단파속도에도 이를 적용하였다. 단위 중량과 전단파속도를 사용하여 지층별 동적전단 탄성계수를 계산하였으며, 포아송비를 적용하여 동적탄성계수로 치환하여 FLAC 모델의 지반 물성치로 입력하였다.
FLAC을 사용한 의사정적 지진해석에 있어서, 지반 모델의 폭은 Fig. 7 과 같이 공동구의 3배 정도의 폭을 가지도록 설정하였는데, 이는 횡변위로 부터 유발된 힘을 지반을 통해 공동구 구조물에 이상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세장한 지반 모델은 공동구의 뒤틀림 변형에 과도한 왜곡을 발생할 수 있기에 지양하였다. 공동구를 감싸고 있는 지반층의 횡변위를 정의할 때 같은 심도에서는 동일한 횡변위를 보일 것으로 가정하였다. 이에 따라 지반 모델을 구성하는 모든 절점에 횡변위 프로파일이 적용되었다. 다만, 공동구를 구성하는 구조체의 강성이 지반층의 변위에 어떻게 저항하는지 확인하고자, 공동구의 절점에는 횡변위 프로파일을 적용하지 않았다.
공동구를 구성하는 구조체는 크게 상하부 슬래브와 좌우 양측 벽으로 구분된다. 여기서는 FLAC에서 제시하는 라이닝 요소로 각 구조체를 모델링 하였으며, 단면의 폭을 충실히 재현하였다. 또한, 접합부에 대해서는 높은 강성을 고려하기 위해 탄성계수를 조절하였다. 중앙에 기둥이 있는 경우는, FLAC에서 제시하는 보 요소(beam element)로 모델링하였다. 이러한 모델에 기반한 해석을 통해 구조물의 뒤틀림 변형을 도출하였다.
4.2 상대 횡변위 응답 평가
각 모델에 따른 해석 결과를 Table 2와 Fig. 8에 간략히 요약하였다. 각 지반모델에 대해서 1련과 2련 단면에 대한 상대 횡변위 결과를 도출하였다. 모든 경우에서 자유장 변위(Free-field deformation)는 대략 2.0 mm 이하로 변위비 0.08% 이하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FLAC을 통해 도출한 횡변위는 자유장 변위보다 작았으나, ISO 또는 FHWA 모델을 이용한 해석 결과는 경우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KLL23s3 지반모델에서 얕은 심도에 설치된 단면(shallow-buried tunnel, B0)의 경우를 제외한 모든 경우에서 FLAC을 사용한 해석에서 도출된 상대 횡변위가 FHWA, ISO 모델의 상대 횡변위 결과와 비교하여 작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KLL23s3(S3) 지반모델의 얕은 심도의 1·2련 단면, KLL23s2(S2) 지반모델의 얕은 심도 2련 단면을 제외한 모든 경우에서 ISO모델의 결과가 FHWA 모델의 결과와 비교하여 작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ISO 대비 FHWA 상대 횡변위의 비율(FHWA/ISO)은 심도가 얕은 경우 1.2 이하이나 KLL23s2, KLL23s3 지반모델의 심도가 깊은 모든 경우에서 얕은 심도와 비교하여 큰 비율상의 차이가 발생한다. 깊은 심도에서는 상대 횡변위 값 자체가 급격히 작아지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도 큰 비율로 나타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KLL23s3 지반모델의 얕은 심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FHWA 모델, ISO 모델, FLAC 모델의 순으로 상대 횡변위를 크게 평가함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반 종류에 따른 상대 횡변위의 차이를 살펴보면, KLL23s2에서 대체로 낮은 수준의 변위응답이 나타나며 KLL23s3, KLL21s4 지반모델에서 전반적으로 큰 변위응답이 나타난다. 다른 변수는 동일하게 유지하고 심도만 다르게 설정하여 그 차이를 살펴보면, 심도가 깊은 경우에는 자유장 변위 와 각 모델의 해석 결과 도출된 상대 횡변위가 모두 작게 평가되었다. 특히 지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으며, 이는 자유장 변위 자체의 변화율(gradient) 에 기인한다. KLL23s2, KLL23s3 지반모델에서는 KLL21s4 지반모델과 비교하여 얕은 심도와 깊은 심도에서의 변위 응답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지반 모델과 심도가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을 보인다. 즉, 각 지반모델의 기반암 깊이 및 전단파 속도 분포가 상이하며 이것이 심도에 따른 지반 횡변위의 분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FHWA와 ISO 모델을 사용한 해석 결과를 살펴보면 1련과 2련 단면의 상대 횡변위에 있어서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즉, FHWA 모델과 ISO모델 모두 2련 단면의 상대 횡변위 응답을 1련 단면보다 대체로 작게 평가한다. FLAC 모델에서는 그 차이가 미미한 수준이지만 2련 단면의 상대 횡변위를 1련 단면보다 작게 평가한다. 이러한 경향은 2련 단면의 내부 벽체 추가에 따른 횡방향 강성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5. 지진 해석에 따른 부재력 응답 평가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대상 단면은 지하공동구 설계 지진에 의하여 2.0 mm 이하의 상대 횡변위가 발생하며, 이는 변위비 0.08% 이하에 해당한다. 즉, 비교적 작은 횡변형을 보이는 지진 거동이므로 선형해석으로 합리적인 내진 평가가 가능하다. 이러한 판단을 기반으로, 선형 지진 해석을 통해 부재력 응답을 산정하고 해당 부재의 강도를 고려하여 지진 거동의 안전성 평가 시, 각 해석 모델, 지반 모델, 단면 련수와 심도가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였다. 앞서 설명한 국내 내진설계에 부합하는 일반화 토사 지반 모델에 한하여 검토를 수행하였으며, 모든 경우에 대해서 동일한 위치에 대하여 부재력을 확인하였다. 즉, 지진 발생 시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부의 부재력, 즉 수직부재인 우측 외부 벽체 상단부와 슬래브 우측 단부의 휨모멘트와 전단력을 주로 확인하였다.
Table 2와 Fig. 8에서 다룬 비틀림 횡변형이 단면에 발생했을 때, 위의 특정 위치에서 관찰된 부재력 중 휨모멘트와 전단력을 Fig. 9에 정리하였다. 해석 결과를 기반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재력에 미치는 변수별 영향은 아래와 같다.
5.1 단면 련수의 영향
상부 슬래브와 벽체의 휨모멘트를 살펴보면, 1련 단면이 2련 단면보다 KLL21s4(S4) 지반, 얕은 심도에 위치한 단면을 FLAC 모델을 사용하여 평가한 결과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가진다. 이러한 경향은 FHWA 모델에서 가장 명확하게 나타나며, ISO 모델이나 FLAC 모델에서는 그 차이가 다소 작게 나타나기도 하여, 다른 양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전단력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인할 수 있으며, KLL21s4 지반 내 얕은 심도에 위치한 단면의 부재력에서 해석모델별 경향성 차이가 두드러진다.
5.2 지반의 영향
지반의 전단파속도가 증가할수록, 즉 KLL23s2(S2), KLL23s3(S3), KLL21s4(S4) 지반 모델 순으로 대체로 부재력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ISO 모델을 사용해서 평가한 깊은 심도 단면 벽체의 부재력과 FLAC 모델을 사용해서 평가한 얕은 심도에 위치한 단면의 부재력을 제외하고 일관적으로 나타난다.
5.3 심도의 영향
심도에 따른 부재력의 변화는 해석모델과 지반모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FHWA 모델을 사용하면 세 가지 지반 모델 모두에 대하여 깊은 심도에서 더 큰 부재력이 관찰되었다. 심도가 깊은 단면에 대하여 ISO 모델을 사용할 경우 KLL23s2 지반의 경우에는 심도가 얕은 단면과 비교하여 부재력이 감소하고, KLL21s4 지반의 경우에는 대체로 부재력이 증가하였으며, KLL23s3 지반에서는 부재력 변화에 있어서 혼재된 양상이 나타난다. FLAC 모델에서는 이와는 반대의 경향이 나타났다. 즉, KLL23s2 지반의 경우에는 부재력이 증가하고, KLL21s4 지반의 경우에는 대체로 부재력이 감소하였다. KLL23s3 지반에서는 부재력 변화에 있어서 단순화 해석과 마찬가지로 혼재된 양상이 나타난다.
5.4 해석모델의 영향
5.1~5.3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석모델의 영향은 다른 변수의 영향과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부재력 평가에 대한 해석모델 사이의 차이를 살펴 보면 대체로 FHWA모델과 FLAC 모델에 비하여 ISO 모델의 부재력 평가 결과가 다소 낮은 경향을 보이며, 다른 변수에 따른 결과의 변동성에 있어서도 ISO모델을 사용할 경우 확연히 낮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FHWA 모델을 사용한 부재력 평가의 경우, FLAC 모델의 결과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제일 큰 차이를 보이는 KLL21s4 (S4) 지반 내 얕은 심도에 위치한 2련 단면 우측 벽체 상단부 전단력의 경우, FLAC 모델을 사용한 결과의 18.4%에 해당하는 값을 도출하였다. 이 경우, 전단력에 대한 과소평가에 따른 설계가 발생할 가능성 및 취성파괴가 초래될 위험성이 있다. 물론 ISO 모델 역시 같은 경우에서 FLAC 모델의 17.4%에 해당하는 값을 도출하였고, 해석결과에 따라 경제적인 설계에 치중할 경우 여전히 취성파괴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ISO 모델의 평가 결과는 다른 변수의 변동에 따른 부재력 변화에 있어서 FHWA 모델과 FLAC 모델을 사용한 결과만큼 민감하게 변화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지반-구조물 상호작용을 스프링 요소의 추가를 통해서 반영하기 때문에 구조물 단면 내에서의 부재력의 변동성이 비교적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데, 스프링 요소의 물성 정의와 신뢰도에 대한 연구자들의 다양한 논의와 이견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스프링 요소 거동에 대한 가정에 오류가 있을 경우 부재력에 대한 과소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해석 모델의 오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반 스프링 요소에 대한 상·하한 경계값에 대한 해석을 수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6. 결 론
국내 지반에 시공된 지하공동구의 지진거동 파악을 위하여 단순화 해석 방법에 따라 수행된 평가에서 나타난 각 방법의 특성과 이에 기인한 차이를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단면 련수, 지반 종류, 심도, 단순화 해석모델을 변수로 고려하여 수치해석을 수행하였고, 관찰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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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HWA 모델과 ISO 모델은 지반-구조물 상호작용을 해석에 반영하는 방식이 상이하며 이는 지진 거동 평가에서도 차이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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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면 련수, 지반 종류, 단면 심도, 해석모델에 따라 상대 횡변위 평가에서 차이가 나타나며, 지반 종류와 단면 심도에 의한 영향이 단면 련수와 해석모델에 의한 영향보다 대체로 크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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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반 모델 및 단면 심도가 상대 횡변위 응답에 미치는 영향은 기반암의 심도 및 전단파속도 분포에 따른 지반 변위의 변화율에 따라 결정되는 양상을 보인다. 단면 련수의 경우에는 2련 단면보다 1련 단면에서, 해석 모델의 경우에는 대체로 FHWA 모델, ISO 모델, FLAC 모델의 순으로 상대 횡변위를 크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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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재력 평가에서도 단면 련수, 지반 종류, 단면 심도, 해석모델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지만, 해석모델에 의한 영향이 단면 련수, 지반 종류, 단면 심도에 의한 영향보다 대체로 크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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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FHWA 모델과 FLAC 모델의 경우에는 단면 련수, 지반 종류, 단면 심도의 변화에 따라 부재력 평가의 변화가 눈에 띄는 수준으로 나타나지만, ISO 모델의 경우에는 다른 변수의 변화에 대해 부재력 평가 결과가 다른 해석 모델과 비교하여 민감하게 변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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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FHWA 모델과 ISO 모델은 일부 부재력 평가에 있어서 FLAC과 큰 차이를 보이는데, 부재력 과소평가의 정도가 극심한 경우 단순화 방법에 따른 해석결과에 기반한 설계 시 단면의 안정적인 지진거동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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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ISO 모델에서는 지반-구조물 상호작용을 스프링 요소를 통해서 반영하기 때문에 부재력 평가 시 위와 같은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되며, 스프링 요소의 거동에 대한 가정에 오류가 있을 경우 지중 구조물의 부재력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ISO 모델 적용 시 이에 대한 충 분한 검토가 필요하며, 지반 스프링의 상·하한 경계값에 대한 해석을 수 행한다면 해석모델의 오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