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중력하중만을 고려하여 설계된 기존 콘크리트 구조물 (existing reinforced concrete structure)들은 대부분 1970년대 이전에 지어졌다 [1-3]. 이러한 건물의 기둥은 짧은 겹침 이음과 넓은 횡보강근 간격이라는 문제점 을 가지고 있어, 현행 내진설계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 [3, 4]. 이와 같은 배근 상세는 지진하중과 같은 횡하중에 취약하다.
따라서 지진 발생 시 모멘트가 집중되는 기둥 단부의 휨철근이 항복하기 전에 겹침이음 파괴가 발생할 수 있다 [5]. 과거 실험 연구들은 기존 RC 건 물의 기둥들이 제한된 강도, 강성, 그리고 에너지 소산 능력으로 좋지 않은 이력 거동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였다 [1, 6].
최근 연구에서는 다양한 부재에 복잡한 철근 상세를 대신해 고성능 섬유 강화 시멘트 복합재 (HPFRCC)를 적용시켜 실험을 진행하였다 [7-11]. 하 지만 기존 RC 구조물의 기둥에 HPFRCC를 보강한 실험 연구는 매우 제한 적이다.
본 연구에서는 PVA 섬유로 구성된 고성능 섬유 강화 시멘트 복합재 (HPFRCC, high-performance fiber-reinforced cementitious composite) 를 사용하여 기존 RC 기둥의 거동을 향상시키고자 하였다. HPFRCC는 인 장 변형 유지력이 상당하여 콘크리트 대비 균열 제어 능력 및 인장 연성이 우수하여 구조 부재의 성능 향상에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12].
본 연구에서는 실제 크기의 제한된 철근상세를 갖는 기둥 실험체 2개를 제작하여 일방향 하중 가력 실험을 진행하였다. 한 개의 실험체는 RC 실험 체이고, 다른 하나의 실험체는 HPFRCC로 보강된 실험체이며, 두 실험체 의 철근 상세는 동일하다.
2. 실험 계획
2.1 실험체 상세
본 연구는 고성능 섬유 강화 시멘트 복합재 (HPFRCC)가 비내진상세를 갖는 기둥의 거동을 향상시키는 정도를 분석하기 위해 HPFRCC 보강 여부 를 변수로 비내진 기둥 실험체 2개를 제작하였다: (1) 비내진 기둥 실험체 (N-C), (2) HPFRCC 보강한 비내진 기둥 실험체 (H-C)로 명하였다.
Fig. 1은 두 기둥 실험체의 치수와 철근 상세이다. 두 실험체 모두 동일한 철근 상세를 가지고 있다. 콘크리트의 기준압축강도는 21 MPa, 철근의 기 준 항복강도는 420 MPa로 계획하였다.
각 기둥 실험체는 450 mm × 450 mm(Ag )의 정사각형 단면이고, 기둥 하부에서 하중 지점까지 높이(L)는 1800 mm이다. Fig. 1b에 나타낸 바와 같이 H-C 기둥은 기둥철근 조립 후 PVA섬유가 2% 포함된 시멘트복합체 를 실험체의 하부에서 775 mm까지 거푸집 안에 타설하였다.
본 실험체에 사용된 철근상세는 ACI 318 [13]과 같은 현행기준에서 요 구하는 상세에 미치지 못한다. Fig. 1에서 보여지듯이 직경이 25.4 mm인 주철근(D25)을 8개 사용했으며, 겹침이음길이(ld )는 20db(=508 mm)이 다. 이는 ACI 318 [13]에 제시된 38db(ld-A)의 53%이고, 여기서 db는 철 근의 직경을 의미한다. 직경이 9.5 mm인 횡보강근(D10)은 90° 갈고리를 사용했으며, 450 mm 간격으로 배근 되었다. Table 1에 실험체의 제원을 나타냈다.
실험체에 일방향 하중 가력 시 겹침이음부의 철근 변형을 분석하기 위하 여 스트레인 게이지를 집중적으로 부착하였다.
2.2 재료 시험
Fig. 2a는 콘크리트와 HPFRCC의 압축강도 시험 결과 평균값을 보여 준다. 압축강도 시험은 KS F 2403 [14]과 KS F 2405 [15]에 따라 진행하 였다. 직경 100 mm, 높이 200 mm인 원형 공시체를 각각 4개씩 제작하여 콘크리트와 HPFRCC를 타설 했으며, 28일 양생 후 압축강도 시험을 수행 하였다. HPFRCC의 배합비는 Table 2에 나타내었다.
콘크리트의 압축강도(fc ′)는 25 MPa, HPFRCC의 압축강도는 29 MPa 로 측정되었다. 최대 압축강도 시 변형률(εc)은 각각 0.002와 0.0041로 확 인하였다. 이는 HPFRCC의 탄성계수(Ec =fc ′/εc)가 보통 콘크리트 보다 낮음을 나타낸다. Fischer and Li [16]와 Zhou et al. [17] 연구에서 큰 골재 를 사용하지 않고 배합한 HPFRCC의 탄성계수가 보통 콘크리트보다 낮고, 더 높은 변형률에서 압축강도에 도달한다고 보고한 바와 같은 결과가 나타 났다.
HPFRCC의 인장시험 결과 평균값을 응력-변형률 그래프로 Fig. 2b에 나타냈다.단면적 25 mm × 50 mm의 Dog bone형태로 시험체 4개를 제작 하여 시험을 실시하였다. 평균 인장강도는 3.25 MPa로 측정되었으며, 저 하 됐을 시 상응하는 값으로 0.03이 측정되었다.
기둥 실험체에 사용된 철근의 인장강도 시험을 위해 KS B 0802 [18]에 따라 수행하였다. 주철근과 횡보강근의 항복강도(fy )는 각각 489 MPa와 434 MPa로 측정되었고, 항복변형률은 0.23%와 0.21%로 측정되었다 (Fig. 2c).
Table 3에 콘크리트, HPFRCC, 그리고 철근의 재료 시험 결과를 나타 냈다.
2.3 실험체 설치 및 가력 계획
실험체 설치는 Fig. 3에서 보여준다. 기둥 실험체에 축하중(P)을 가하기 위해 두 개의 유압 잭 (hydraulic jack)을 설치해 축력비(υ=P/Agfc ′ ) 20% 로 가력 하였다. 45도 방향의 축력 프레임 (Fig. 3b)을 사용한 것은 추후 이 방향 횡하중 실험시 액츄에이터 방향과 간섭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일방향 반복 횡하중을 적용시키기 위해 기둥 상부에 한 개의 엑츄에이터를 x방향 으로 수평하게 설치했다.
수평 하중 가력 시 실험체의 전도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고강도 앵커볼 트를 사용해 기둥의 기초 콘크리트를 반력바닥에 고정시켰다.
Fig. 4는 본 연구에서 적용한 변위제어로 이뤄진 일방향 하중이력이다. FEMA 461 [19]의 2.9.2절에 따라 첫 변위비(θ)는 0.15%에서 시작하였 다. 또한, 한단계를 동일한 변위비로 2회 반복가력 하였으며, 다음 단계 변 위비는 이전 변위비 보다 1.4배씩 증가하였다.
3. 실험 결과
3.1 하중-변위 곡선
모든 실험체의 하중-변위 이력곡선을 Fig. 5에 나타냈었다. Vu는 최대 전단강도, θu는 최대 강도에 도달한 이후 20% 저하 됐을 때의 변위비, 그리 고 θf는 실험 종료 시 변위비이다. 본 연구에서 N-C와 H-C 실험체의 계산된 전단강도 은 P-M 그래프를 통해 얻은 기둥의 모멘트 강도(Mn )를 L 로 나눈 값인, 값과 ACI 318 [13] Chapter 22.5에 제시된 VACI값 중 작은 값이다. 은 짧은 겹침이음길이(ld =0.53ld-A) 로 배근된 종방향 철근의 전단강도이다. 겹침이음부 주철근에 작용하는 인 장응력이 0.53fy로 계산했다. Table 4에 실험체들의 계산 및 측정된 값을 요약하였다.
N-C 기둥 실험체의 최대 강도(Vu )는 186 kN이며, 기둥 하부에 발생한 첫 대각 균열이 변위비 1.13%에서 발현되었다. 최대 내력 발현 후 바로 다 음 이력 단계(θ=1.58%)에서 급격한 강도 저하가 발생하여 실험을 종료하 였다. 측정된 최대 강도가 계산된 전단강도( )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짧은 겹침이음길이를 고려한 과 유사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기 존 RC 기둥 실험체는 부착파괴로 인하여 내력 저하가 발생해 파괴된 것으 로 확인하였다.
HPFRCC를 보강한 실험체 H-C는 변위비 2.21%에서 최대 전단강도 (266 kN)를 발현해 계산된 전단강도에 도달하였다. 이후 점진적인 강도 저 하가 나타났다. 또한, 변위비에 따라 하중 변화도 최소화 되고 있어 핀칭 (pinching)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HPFRCC의 재료 특성으 로 인해 이력 거동에 있어 실험체 N-C와는 심한 차이를 보였다.
실험체 H-C가 N-C에 비해 40% 높은 최대 내력을 보유하며, 80% 이상 의 변위를 보였다. 이는 기존 RC 기둥에 HPFRCC 적용이 이력 거동을 전 반적으로 크게 향상키는 것을 나타낸다.
3.2 강도보유능력 및 에너지 소산
N-C와 H-C 기둥 실험체들의 강도보유능력(strength retention capacity) 을 평가하기 위해 변위비와 강성을 초기 강성으로 정규화 하여 Fig. 6a에 나 타내었다 [20]. 강성은 각 단계별 첫 사이클에서 최대 변위와 최소 변위에 상응하는 점들을 이은 직선의 기울기로 계산하였다. 초기 강성은 변위비 0.15%의 첫 사이클에서 두 지점을 연결한 직선의 기울기이다.
실험체 N-C와 H-C의 초기 강성은 각각 24.58, 20.24 kN/mm로 나타났 다. 변위비 0.21%부터 기존 RC 기둥 실험체인 N-C의 정규화한 강성이 HPFRCC로 보강된 기둥 실험체 보다 강성 저하가 심하게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N-C 실험체가 최대 내력을 발현한 시점인 변위비 1.13%에서 의 강성은 초기 강성보다 65% 저하되었고, 동일한 변위비에서 H-C 경우 46% 감소하였다. 이를 토대로 HPFRCC 보강이 강도 손실을 억제하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구조부재의 내진성능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인 에너지 소산 능력을 분석하기 위해 Fig. 6b에 변위비에 따른 누적 에너지 소산량을 나타냈다. 실 험체의 누적 에너지 소산량은 매 단계 별 하중-변위 이력 곡선의 면적 합으 로 계산하였다.
기존 RC 기둥 실험체와 HPFRCC 보강된 기둥 실험체의 최종 누적에너 지 소산량은 각각 36.5 kN·m와 137.35 kN·m로 나타났다. HPFRCC를 적 용하였을 때 300% 이상의 에너지 소산량을 보였으며, 이는 HPFRCC 보강 으로 인해 기둥의 내력이 향상됨을 의미한다.
3.3 철근 변형 및 부착 강도
겹침이음부에 부착한 스트레인 게이지를 토대로 종방향 철근의 변형률 을 Fig. 7에 나타내었다. D25의 항복 변형률(εy )은 0.0023이다.
N-C 기둥 실험체는 변위비 1.13%에서 종방향 철근의 최대 변형률이 나 타났지만 항복 변형률을 초과하지 않았다. 이는 겹침 이음으로 배근된 실험 체 N-C의 종방향 철근이 항복 강도에 도달하기 전에 겹침이음파괴가 발생 하였기 때문이다.
실험체 H-C는 N-C와 달리 항복 변형률 보다 큰 변형률이 변위비 1.58% 에서 나타났다. 항복 변형률을 초과한 이후 변형률 감소가 발생하였는데, 이는 겹침이음 배근한 부분의 종방향 철근에서 미그러짐(slip)이 발생한 것 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HPFRCC 보강이 짧은 겹침이음부의 철근 변형을 향 상시키고 겹침이음파괴를 지연하는 것에 기여함을 나타낸다.
Fig. 8은 계측된 변형률을 바탕으로 구한 부착강도(u)를 변위비에 따라 나타낸 것이다. 부착강도는 식 (1)로 계산하였다.
여기서 fs는 종방향 철근의 응력이며, 변형률에 탄성계수를 곱한 값이다. uy는 부착 항복강도로 fs에 fy를 대입하여 계산하였다.
H-C는 N-C보다 높은 부착 강도를 보였으며, 항복 부착 강도를 초과했 다. 또한, 실험체 N-C보다 강도 저하가 심하게 발생하지 않았고, 변위비 8.51%에서 파괴가 되었다.
두 실험체 모두 겸침이음파괴로 인하여 실험이 종료되었다. 하지만 HPFRCC 사용이 부착 강도 발현과 파괴 전까지 부착 응력을 유지하는데 일조했다.
3.4 손상 상태
N-C와 H-C 기둥 실험체의 손상 상태(damage state)를 평가하기 위하 여 각각 4가지 손상 상태로 고려되었다. 손상 상태는 DS1, DS2, DS3, 그리 고 DS4로 구분되었으며 [21-23], 아래와 같이 정의하였다 :
항복 시 강도(Vy)는 ASCE 41 [24]의 7.4.3.2.4절을 따라 계산했으며, 두 실험체의 Vy를 Fig. 9에 나타냈다.
Fig. 10은 실험체 N-C와 H-C의 단계별 손상 상태가 야기된 시점의 변 위비를 보여준다.
DS1만 두 실험체가 동일한 변위비를 보였으며, 나머지 손상 상태에 대 한 변위비는 손상이 증가함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N-C의 DS4 변 위비는 1.49%로 3.52%에 DS4를 경험한 H-C와 2.4배라는 큰 차이가 나 타났다. 이는 HPFRCC 사용이 기둥의 손상 상태 발현 지연에 기여하는 것 을 의미한다.
4. 결 론
본 연구는 짧은 겹침 이음을 갖는 RC 기둥과 짧은 겹침이음부에 HPFRCC 를 보강한 RC 기둥에 일방향 반복하중을 가하여 이력 거동을 평가 및 비교 하였다. 실험에 기반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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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C 기둥 실험체는 변위비 1.58%에서 콘크리트 피복 탈락이 발생하였 고, 겹침 이음 파괴가 발생하여 이음부에 수직 균열 및 하부 들림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에 H-C 실험체는 HPFRCC의 PVA 섬유 영향으로 실험 종료시점까지 피복 탈락이라는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3.1% 변위비에서 수직 균열이 발생하였다 HPFRCC를 보강한 기둥 실험체 또 한 미끄러짐 파괴가 발생하였지만 기존 RC 기둥에 비해 파괴 시점이 5.4 배가량 지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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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C는 N-C보다 최대 내력이 43% 높게 발현되었으며, 80% 이상의 변 형을 보였다. HPFRCC 사용이 짧은 겹침이음으로 배근된 기둥의 이력 거동을 크게 향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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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일한 변위비에서 강도 유지 능력이 H-C 실험체가 N-C 실험체 보다 월 등히 뛰어났으며, 최종 에너지 소산량 또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HPFRCC 사용으로 내진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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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HPFRCC를 보강한 기둥의 겹침 이음부 종방향 철근의 변형률과 부착강 도는 항복 변형률 및 항복 강도를 초과했지만 기존 RC 기둥의 주철근은 이전에 겹침이음파괴가 발생하여 도달하지 못했다. 비록 H-C 기둥도 부 착-미끄러짐으로 인해 파괴는 되었지만 HPFRCC의 영향으로 N-C 기 둥과 달리 지속적이고 향상된 부착 강도를 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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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본 연구에서는 1 HPFRCC를 적용하여 기둥을 만들어 실험하였다. 따라 서 본 연구의 결론을 철근상세가 부족한 기존 기둥에 적용하려면 주의가 필요하고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