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설계지진에 대한 내진설계 및 중·약진지역으로 평 가되는 한반도의 지진학적 조건을 바탕으로 충분한 지진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어진다. 그러나 2016년 9월 경주에서 국내 지진계측이래 가 장 큰 규모(ML=5.8)의 지진이 발생하여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4기가 수동 정지 되었으며, 2017년 11월에는 포항에서도 규모 5.4(ML=5.4)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종래 관측 기록에 비하여 큰 규모로 인해서 높게 나타난 지반가 속도에 비해서 원자력발전소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으나, 상대적으로 국 내에서 흔히 발생하지 않는 중규모 지진의 발생은 사회 전반에서 지진에 대 한 경각심을 일깨워주었으며, 사회기반시설인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보다 정밀한 지진 안전성 평가 요구를 증대시켰다[1-3].
현재 원자력발전소의 지진 안전성 평가는 지진에 대한 확률론적 안전 성평가(Seismic Probabilistic Safety Assessment, SPSA)를 통하여 이 루어지고 있다. 확률론적 안전성평가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준 지진에 대한 구조물 및 기기의 거동을 분석하여 최대 지반 가속도(Peak Ground Acceleration, PGA) 기준의 조건부 손상확률인 지진취약도를 먼저 평가 하여야 한다[4, 5]. 지진취약도 평가를 위한 평가용 응답스펙트럼은 부지고 유 응답스펙트럼을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NUREG CR-0098 응답스펙트럼들을 주로 이용하여 오고 있다[6].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평가용 응답스펙트럼은 전주파수에 걸쳐서 다양한 에너지를 포괄하고 있지만 대상 부지의 지진학적 특성을 모두 반영하기에 어려움이 있다[7]. 더욱이, 우리나라와 같이 다수의 원자로가 하나의 대규 모 원자력발전소를 구성하고 있는 경우에는 원자로 및 관련 시설의 위치 및 지반조건 변화 등에 따라서 지진파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연 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원자력 발전소 내부 기기들은 기준 지진에 대한 구조물의 증폭을 고려한 높이별 층응답스펙트럼을 바탕으로 지진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8, 9]. 층응 답스펙트럼은 구조물을 집중질량 모델로 치환하여 해석한 결과를 주로 이 용하는데, 이는 같은 층이더라도 실제 위치에 따라 다른 지진하중을 받을 수 있는 기기들이 동일한 지진하중을 경험한다고 가정한다. 측정하는 위치, 높 이 등에 따라서 크기, 지속시간, 주파수 특성 등이 달라지는 지진파의 공간 적 변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개념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조건에 따라 서 매우 복잡하게 나타나며, 관련 자료 및 연구가 부족하여 이를 실제 안전 성 평가에 반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지진파의 공간적 변화는 규모가 큰 지진 시 발생한 강진동에서 두드러지 게 나타나며, 이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실제 지진 관 측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다[10].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적 장비를 이용한 지진관측 이후 의미 있는 변화를 관측할 수 있는 규모 6.0이상의 지 진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진파의 공간적 변화를 관찰하기 위한 실제 지진 관측 기록이 부족한 실정이다[11, 12]. 국외에서는 1990년대에 대만 의 Lotung과 Hualien에서 1/4 크기의 원자력발전소 격납견물 모델과 다양 한 계측기를 설치하고 실제 지진에 대한 지반 및 구조물의 거동을 관측한 바 있다[13, 14]. 당시 방사형으로 구축된 지표면 계측기를 통해서 지표 위치 에 따른 지진파의 변화는 확인할 수 있었으나, 축소된 구조물 내부에서 위치 에 따른 변화를 분석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하였다.
2011년 발생한 규모 9.0(MJMA=9.0)의 동일본 대지진(Great East Japan Earthquake)은 원자력 발전소 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 하였다[15, 16]. 당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후쿠시마 제 1, 2 원자력 발 전소)의 부지 및 건물에는 다량의 가속도계를 설치 및 운영 중이었으며 동 일본 대지진의 기록도 일부 관측되었다. 이론적, 실험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의 지진 시 응답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나, 큰 지진에 대한 원 자력 발전소의 거동을 계측한 사례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는 강진에 의한 원자력 발전소의 거동을 분석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본 연구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계측 지진 기록을 바탕으로 강진 시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타나는 지진파의 공간 적 변화를 평가하였다. 지진파의 공간적 변화에 대한 분석은 크게 지반계측 기록과 및 구조물 계측기록으로 나누어 수행하였다. 지반 및 구조물에서 계 측 높이에 따른 증폭 특성을 분석하였으며, 수평방향 위치에 따른 응답 스펙 트럼의 변동성을 확인하였다.
2. 지진 계측 데이터
동일본 대지진은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에 일본 동쪽 태평양 앞바 다에서 발생하였으며, 지진의 모멘트 규모(MW)는 9.0-9.1으로 일본에서 근 대 지진 관측 사상 가장 큰 지진이다. 진앙지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던 오나가와(Onagawa)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하여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Fukushima Daiichi)등의 운전이 정지되었으며, 일부 외부전력망 이 차단되는 피해를 입었다. 더욱이,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Fukushima Daiichi)의 경우에는 지진에 의해서 발생한 쓰나미가 비상디젤발전기를 침 수시켜, 노심이 손상되는 원자력발전소 중대사고(severe accident)가 발생 하였다[16, 17].
도쿄전력(Tokyo Electric Power Company Holdings, TEPCO)은 후 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등을 운영하여 일본 수도권에 전기를 제공하는 기관 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다양한 위치에서 상시적으로 지진 가속도를 계측하 여 왔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 시에도 많은 지진계측기(가속도계)가 지진 시 원전 부지와 구조물의 거동을 기록하였으며, 이 중 일부를 일본 지진 공학회 (Japan Association for Earthquake Engineering, JAEE)를 통해서 제공 하고 있다[18]. 본 연구에서는 해당 데이터를 구매하여 지진파의 공간적 변 화 분석에 활용하였다.
후쿠시마 제 1, 2 발전소(Fukushima Daiichi & Daini)는 태평양과 닿 아있는 일본 북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기존에 약 해수면 위 35 m 정도의 언 덕을 파내고 해수면 위 10 –13 m에 부지를 조성하여 지어졌다[19]. Fig. 1 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부지의 개략도를 나타낸다[18]. Fig. 1(a)와 (b) 는 각각 후쿠시마 제 1 원자력 발전소(Daiichi) 부지와 제 2 원자력 발전소 (Daini) 부지를 나타낸다. Fig. 1(a)의 좌측아래 가로막대는 지도의 축척을 나타내기 위해서 0에서 500 m까지를 100 m씩 표시한 것이다. Fig. 1에서 도시한 제 1발전소와 제 2발전소의 영역은 가로×세로 각각 약 1.5 km × 2.5 km, 2.0 km ×2.0 km이다.
도쿄전력에 의해서 제공되는 데이터는 지진 시 계측된 센서별 가속도 시 간이력을 포함하여 계측 위치에 대한 평면도, 지반 물성치와 지진 계측기 정 보 등이 있다. 구조물에서의 계측은 원자로 격납 건물과 터빈 건물에서 높이 별로 이루어졌다. 일부 센서의 계측기록은 지진 시 발생한 쓰나미 등으로 인 하여 손상되어 제공되지 않았으며, 제 1발전소(Daiich)의 6호기와 제 2발 전소(Daini)의 1호기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계측 기록이 제공되어 구조물 에서의 지진파 변화 관찰을 위한 데이터로 활용하였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 전소의 원자로는 국내의 대표적 원자로 형태인 가압경수로형 (Pressurized Water Reactor, PWR)과 달리 비등경수로형(Boiling Water Reactor, BWR)으로 건설되었다. 동일한 비등경수로형 원자로이더라도 건설 시기 에 따라서 세부적인 형태에 차이가 존재하는데, 분석에 활용된 제 1발전소 의 6호기와 제 2발전소 1호기의 원자로 형태는 BWR Mark II이며, 각각에 대한 단면도는 Fig. 2와 같다[18]. Fig. 1과 Fig. 2에 표시된 원형 마커들은 분석에 활용한 센서들을 나타내며, 각 절에서 보다 상세히 설명하였다.
계측 위치에 따른 가속도 시간이력은 대부분 수평 2방향과 수직 1방향 총 3개의 운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일부 데이터는 한 방향에 대한 기록만 계 측된 경우도 있다. 동일본 대지진시 계측된 기록 중 대표적으로 후쿠시마 제 1 원자력 발전소의 6호기 근처의 지표면에서 계측된 지진 기록(GN1, Fig. 1(a)의 파란색 원)을 Fig. 3에 도시하였다. Fig. 3(a)에 원형 마커로 표시한 최대지반가속도는 동서(EW), 남북(NS), 수직(UD) 방향별로 각각 0.71, 0.58, 0.25 g로 매우 큰 지진동임을 알 수 있다. Fig. 3(a)에 도시된 검은 실 선은 지진파의 시간에 따른 에너지양을 식 (1)에서 도출된 Arias Intensity 로 정규화한 값이다.
여기서, IA는 Arias Intensity, Td는 가속도 전체 시간, a(t)는 시간에 따른 가속도이다.
이 값이 0.05에서 0.75까지 증가하는데 걸린 시간으로 지진파의 강진지 속시간(D5-75)을 정의할 수 있으며, 계측된 수평방향기록의 강진지속시간 은 약 60초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한 경주 및 포항지진의 강진지속시간이 10초를 넘지 않는 것에 비해서 매우 긴 것을 알 수 있다 [19]. 각 가속도 시간이력에 대한 5% 감쇠비 응답스펙트럼은 Fig. 3(b)와 같다. 수평방향 응답은 약 3-4 Hz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보였고, 수직방향 응답은 10 Hz 근처의 고주파 영역에서 큰 에너지를 보였다.
3. 지반 계측기록의 공간적 변화
3.1 지반 깊이에 따른 증폭 특성
지반에서 계측되는 지진파는 지진원 특성과 경로효과 뿐 아니라 부지효 과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부지효과는 일반적으로 단단한 암반층에서 지표면으로 지진파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증폭 현상을 의미하며 깊이에 따른 지진파의 변화를 비교함으로써 분석할 수 있다. Fig. 4는 후쿠 시마 제 1발전소와 제 2발전소 부지에서의 전단파 주상도 및 동일본 대지진 시 측정된 깊이별 최대지반가속도를 나타낸다. 해당 자료는 제 1발전소의 북쪽 (Free Field at North, GN, Fig. 1(a)의 파란색 원)과 제 2발전소 남쪽 (Free Field, FF, Fig. 1(b)의 파란색 원)에 위치한 시추공 관측 자료를 사용 하였다.
전단파 속도 주상도를 나타낸 Fig. 4(a)에서 점선은 각 발전소별로 정의 한 하부 암반층의 표면으로 내진설계 및 성능평가 시 해석의 기준면을 의미 한다. 기준면 아래의 전단파 속도는 약 800 m/s로 하부 암반의 전단파 속도 가 1000 m/s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원자력 발전소 부지의 지반보 다 다소 연약한 것을 알 수 있다[20]. 더욱이, 암반 기준면 위 지반의 전단파 속도는 약 500~600 m/s에서 200 m/s 정도까지 지표층에 가까워질수록 점 진적으로 감소하며, 지표면 근처에서의 전단파 속도는 제 1발전소가 상대 적으로 작게 나타났다.
Fig. 4(b)에 도시된 깊이에 따른 최대지반가속도는 지표면에 가까워질 수록 증폭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하부 암반부터 지하 약 100 m까지는 증폭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증폭은 지표면 아래 50 m정도에 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 이는 하부 암반의 지표면이 위치한 심도가 150 m이상으로 매우 깊고, 하부 암반층의 전단파 속도가 강성이 충분히 확보되 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깊은 심도의 지반 증폭은 지표 하부 30 m의 평균 전단파속도와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국내 일반 토목 구조물의 내진설계를 위한 하부 암반의 전단파 속도 기준은 760 m/s이다. 제 1발전소에서 관측된 기록이 제 2발전소에서 관측된 기록보다 지표면 최 대지반가속도가 크게 나타났다. 이는 제 1발전소에 설치된 시추공에서 지 표 바로 아래 지반의 전단파 속도가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서 나타난 현상으 로 판단된다.
Fig. 5와 Fig. 6은 Fig. 4(b)에서 나타낸 각 깊이별 가속도 계측 기록에 대한 응답스펙트럼과 하부 암반층 대비 각층의 응답스펙트럼 비(Ratio of Response Spectrum, RRS)를 나타낸다. 최대지반가속도와 마찬가지로 주 파수에 따른 응답스펙트럼이 지표면에 가까운 계측기록일수록 커지는 것 을 알 수 있다. 제 1발전소의 경우에는 약 0.5 Hz 근처에서 깊이에 따른 증폭 비가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지표 응답의 경우에는 바로 아래 계측기의 응답 보다 약 3 Hz근처와 10 Hz이상의 고주파에서도 크게 증폭하였다. 제 2발 전소도 제 1발전소와 비슷한 증폭 패턴을 보였으나 지표면에서 고주파의 증폭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각 방향별로 깊이에 따른 증폭이 가장 크게 일어난 주파수를 고유주파수 로 판단하여 Table 1에 정리하였다. 동서 및 남북방향의 값을 평균하여 도 출한 제 1발전소 와 제 2발전소 지반의 고유주파수는 각각 약 0.55 Hz와 0.64 Hz이다. 암반층 위 지반의 고유주파수(= 1/고유주주기)는 식 (2)와 같 은 약산식을 이용하여 도출할 수 있으며, 제 1발전소와 제 2발전소 지반에 대한 고유주파수는 각각 0.65 Hz와 0.64 Hz로 평가되었다.
여기서, FG는 지반의 고유주파수(Hz), TG는 지반의 고유주기(sec), di는 i 번째 토층의 두께(m), VSi는 i번째 토층의 전단파 속도(m/s)이다.
제 2발전소의 경우에는 동일본 대지진 시 계측된 깊이별 응답으로부터 도출한 지반의 고유주파수가 약산식으로부터 도출한 고유주파수보다 작지 만 값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러나 제 1발전소의 경우에는 계측 결과가 계산 결과에 비해서 약 0.1 Hz 정도 작게 나타났으며, 이는 전체 지반의 전단파 속도가 10% 이상 줄어들었다고 가정하고 약산식을 계산한 고유주파수와 유사하다. 약산식 결과와 계측 결과의 지반 고유주파수 차이는 다양한 요인 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지만, 변형률이 증가함에 따라서 강성이 줄어들고 감 쇠비가 증가하는 지반의 비선형성 발현이 지반 고유주파수 감소의 주된 원 인으로 판단된다.
지진 시 지반의 변형률은 두 계측기의 변위와 계측기 간의 거리로부터 계산할 수 있다[21]. 지표에서 가까운 GN1과 GN2 계측기의 가속도 신 호를 변위로 환산하여 도출한 최대상대변위는 약 20 mm로, 두 계측기 사 이의 거리(17 m)로 나누어서 계산한 변형률 수준은 약 0.11% 정도이다. Schnabel[22]이 제시한 암반의 전단탄성계수 감소 곡선에 따르면, 계산된 변형률에서는 지진 시 전단탄성계수가 최대전단탄성계수에 비해서 약 2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이는 약 10% 이상의 전단파 속도 감소와 대응된다. 이러한 비교 결과는 많은 단순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지만, 강진 시 원자력 발전소 하부 지반의 비선형성이 발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원자력 발전소의 지진 안전성을 평가할 때 깊이에 따른 지반 증폭, 지진 세 기에 따른 지반의 비선형 특성 등을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3.2 지표면 계측기록의 공간적 변화
넓은 부지에서 지반 운동의 공간적 변화(Spatial Variation)는 일반적으 로 지표면의 위치에 따라서 지진파의 크기 및 위상 등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 을 의미한다. 후쿠시마 제 1원자력 발전소에는 부지 지표면의 다양한 위치 에 가속도계들이 설치되어 있어 이를 이용하여 지진 운동의 공간적 변화를 분석하였다. 센서가 설치되어 있는 위치정보와 각 센서 계측기록의 최대 지 반가속도를 바탕으로 내삽하여 Fig. 7에 도시하였다. 내삽은 Radial Basis Function을 이용하여 수행하였다. 센서가 설치된 위치의 최대지반가속도 값은 등고선 위에 표시하였으며, 표시영역은 Fig. 1(a)와 동일하다.
센서 위치에 따라서 지표면의 높이가 일정치 않음을 고려하더라도 부지 내 최대지반가속도의 편차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동서 (EW) 방향 가속 도 기록으로부터 살펴보면 최소 지반가속도는 0.39 g, 최대 지반가속도는 1.07 g로 계측되어 약 0.6 g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발전소 부지에서 원자로와 터빈건물 등이 위치하고 있는 동쪽 해안가 근처의 부지에서 큰 가 속도를 보였다. 동일본 대지진의 진앙은 후쿠시마 발전소의 북동쪽 방향에 위치하고 있는데, 부지 내부 지진파의 공간적 변화는 지진원으로부터의 거 리에 따른 일정한 패턴을 보이기보다는 국부적인 위치에 따른 변화가 두드 러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흰 색 점섬으로 표시한 구역은 원자로 건물이 건설 된 위치인데, 상대적으로 근접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최대지반가속도의 차이가 관찰되었다. 확보한 자료에서는 지표면 센서의 높이 및 설치 위치의 지반정보가 없기 때문에 공간적 변화의 원인을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건물 에 따른 가속도 변화는 다음 장에서 보다 상세히 분석하였으며, 후쿠시마 제 2발전소는 부지에서는 지표면 계측기록이 부족하여 별도로 공간적 변화를 평가하지 않았다.
4. 구조물 계측기록의 공간적 변화
4.1 발전소 호기 별 기초 운동 변화
1966년 처음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설계 및 건설 당시의 설계 기준 지진의 크기는 약 250 gal(0.255 g) 정도였으나, 2008년에 재평가된 설계 기준 지진의 크기는 약 400 gal(0.408 g)이상으로 상향되었다[16].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기초는 평균적으로 지표면 기준 대비 약 12 m 정도 아래에 위치하며, 기초면의 움직임을 기준 지진과 비교함으로써 지진 에 대한 구조물의 안전성을 개략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Fig. 8에 후쿠시마 제 1발전소 여섯 개, 제 2발전소 네 개의 격납건물 기초면에서 관측된 가속 도의 응답스펙트럼을 도시하였다. 각 발전소 호기 별 평균 응답은 빨간색 실 선으로 나타내었다. 기초면의 관측 결과들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설 계 스펙트럼과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해당 원전의 설계 스펙트럼을 확보하지 못하여 U.S NRC Regulatory Guide 1.60(RG 1.60) 스펙트럼을 함께 나타내었다[23]. 이 때, RG 1.60 스펙트럼의 최대지반가 속도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정적 수평 방향 설계기준 가속도인 470 gal에 대응되는 0.48 g에 비례 조정하였다[17].
제 1발전소의 기초 응답은 호기별로 그리고 계측 방향별로 큰 차이를 보 였다. Fig. 8(a)에 도시한 남북(NS) 방향 응답에서는 대부분의 기초 응답이 RG 1.60 스펙트럼 응답보다 작고, 1호기의 최대지반가속도만 0.48 g를 넘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서 동서(EW) 방향 응답에서는 평균 응답스 펙트럼의 최대지반가속도가 0.48 g와 유사하였으며, 1 Hz 이하의 저주파 응답의 평균도 RG 1.60스펙트럼보다 크게 나타났다. 또한, 호기별 기초 응 답의 변동성도 크게 나타났는데, 제 1발전소 3호기의 동서(EW) 방향 응답 은 평균 응답보다 스펙트럴 가속도가 약 0.5 g 정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Fig. 8(b)의 제 2발전소 호기별 기초 응답들의 평균은 동서(EW) 방향에 비해서 남북(NS) 방향 진동이 크게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RG 1.60 스펙 트럼보다 작았으나, 남북(NS) 방향의 0.8 Hz 스펙트럴 가속도가 약 0.1 g 정도 크게 나타났다. 그리고 호기별 기초 응답의 변동성은 제 1발전소에 비 해서 매우 작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측 결과는 향후 원자력 발전소의 지진 안전성 평가 시 지진파 의 공간적 변화에 대한 반영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같이 다 수의 원자로가 하나의 발전소 부지에 위치하는 경우에 위치 등에 따른 공간 적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최대지반가속도 의 크기뿐만이 아니라 주파수에 따른 스펙트럼의 형태와 지진파의 방향 변 동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자력 발전소 기초면의 지진하중을 판단 할 필요가 있다.
4.2 구조물 높이에 따른 증폭 현상
지진 시 원자력 발전소 기초면에 입력된 지진 운동은 건물의 구조 및 재 료적 특성에 따라서 증폭되며, 높이에 따른 층별 응답은 각 층에 위치한 주 요 기기 및 발전소 구성 요소들의 안전성 평가 시 입력하중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각 층의 지진 시 응답은 주로 수치해석을 이용하여 평가되어 왔으며, 실제 강진 시 발전소 구조물의 증폭 특성을 관측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 에 후쿠시마 제 1발전소의 6호기와 제 2발전소의 1호기의 격납건물에서 높 이별로 계측된 지진파의 응답스펙트럼과 기초 응답에 대한 응답스펙트럼 비를 평가하여 Fig. 9와 Fig. 10에 도시하였다. 그리고 응답스펙트럼 비에 서 각 방향별로 가장 큰 증폭비를 보인 주파수와 이에 대응하는 증폭비를 Table 2에 정리하였다. 분석 시 사용한 센서들의 위치는 Fig. 2에 파란색 원 으로 표시되어 있다. 기초면부터 높이별로 3개의 센서는 각 층의 바닥 (Floor)에 설치되어 있으며, 최상단의 센서는 격납건물의 지붕 트러스 (Truss)에 설치되어 있다.
Fig. 9에 나타낸 후쿠시마 제 1발전소 6호기의 응답은 구조물이 기초면 에서 상단으로 높이가 증가함에 따라서 스펙트럴 가속도가 전반적으로 상 승하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응답스펙트럼 비를 살펴보면 동서(EW) 방향의 경우 약 3.05 Hz, 남북 방향의 경우 약 2.47 Hz 근처에서 높이에 따른 증폭 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본 연구에서는 이를 지진 시 구조물 시스템의 고유 주파수로 판단하였다. 최상층에 위치한 가속도계는 6 Hz 이 상의 고주파에서 또 다른 증폭 패턴을 나타냈었는데 이는 발전소 구조물의 꼭대기 층이 하부 구조와 달리 트러스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응 답으로 판단된다. Fig. 10은 후쿠시마 제 2발전소 1호기의 높이별 응답으로 후쿠시마 제 1발전소의 6호기 응답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지진 시 높이 에 따른 증폭이 가장 크게 나타난 구조물의 고유 주파수는 남북(NS) 방향 응답에서 약 2.48 Hz 정도로 나타났으며, 동서(EW) 방향 응답에서는 뚜렷 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지진 관측 자료로부터 구해진 구조물의 고유주파수 와 해당 주파수의 기초대비 증폭비를 Table 2에 정리하였다.
Tanaka and Goto[24]는 제 1발전소 6호기 및 제 2발전소 1호기의 격 납구조물 형태인 BWR Mark II에 대한 수치해석을 수행한 바 있으며, 이 를 통해서 기초 대비 구조물의 1차 증폭 주파수가 약 3.4 Hz임을 보였다. 그리고 후쿠시마 제 1발전소 1호기의 형태인 BWR Mark I에 대한 수치해 석과 강제진동실험(Forced Vibration Test)을 통해서 구조물 고유주파수 가 도출된 바 있는데, 각각 3.8 Hz와 4.0 Hz로 나타났다[25, 26]. 이러한 선행 연구의 결과들에 비해서 동일본 대지진 시 관측된 구조물의 응답으로 부터 도출된 고유주파수는 3 Hz 이하로 작게 나타났다. 이와 같이 구조물 시스템의 고유주파수가 낮아진 주된 이유는 강한 지진동으로 발현된 하부 지반의 비선형성 특성 때문으로 판단된다. 선행연구의 결과들은 작은 진동 에 대한 평가 결과로 지반-구조물 상호작용 효과를 반영하였더라도 구조 물 하부 지반의 변형률이 매우 작은 탄성 구간에 위치하며 수치해석에서도 최대 전단탄성계수를 활용하였다. 그러나 앞서 지반 깊이에 따른 증폭현상 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강한 지진동은 구조물 하부 지반의 강성을 감소시키 며, 이에 따라서 지반-구조물 상호작용이 고려된 전체 시스템의 강성이 감 소되어 계측된 고유주파수가 낮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관측 결과는 향 후 설계기준지진을 상회하는 설계초과지진에 대한 원자력 구조물의 안전 성을 평가할 때, 구조물 및 기기의 비선형 거동 특성 뿐 아니라 구조물 하부 지반의 비선형 특성과 지반-구조물 상호작용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음 을 보여준다.
Fig. 11은 격납건물 옆에 위치한 터빈건물에서의 높이에 따른 층별 응답 을 나타내었다. T2는 터빈 건물 기초면에 위치한 센서이고, T1은 터빈이 설 치되는 지상 2층에 위치한 센서이다. 응답스펙트럼 비로부터 최대 증폭이 나타나는 주파수는 동서(EW) 방향과 남북(NS) 방향 모두 5 Hz 근처로 격 납건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주파수를 보였다. 이는 터빈건물이 격납 건물에 비해서 넓은 단면적과 낮은 높이를 가지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판 단된다.
4.3 동일 높이에서 층응답스펙트럼 변화
일반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구조물에 대한 지진해석은 집중질량 모델을 활용하여 이루어지며, 따라서 각 층의 지진 시 응답은 하나의 절점 운동으로 대표된다. 그러나 실제 원자력 발전소 구조물은 매우 복잡한 기하 구조를 가 지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층에서도 측정 위치에 따라서 다양한 공간적 분포 를 나타낼 수 있다. 본 절에서는 구조물의 동일한 층에서 위치에 따른 지진 응답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후쿠시마 제 2발전소 1호기의 격납건물 기초면에서는 Fig. 12(a)와 같 이 다양한 위치에서 수직 가속도를 계측하였으며, 이에 대한 스펙트럼을 Fig. 12(b)에서 비교하였다. 모든 수직 운동 스펙트럼의 평균은 빨간색 실 선으로 도시하였다. 전반적으로 1 Hz이하의 저주파 영역보다는 3 Hz근처 와 10 Hz 이상의 고주파 영역에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가장 큰 차이는 남북 방향으로 멀리 위치하고 있는 V3과 R4 계측기의 응답에서 나타났으며, 남 쪽에 위치한 V3의 8.5 Hz의 스펙트럴 가속도가 약 0.6 g 정도 크다. 구조물 기초면에서 수직 운동 응답의 변동성은 구조물의 증폭 특성보다는 다양한 각도에서 구조물 기초로 입사하는 자유장 운동들의 간섭에 의해서 나타나 는 것으로 판단된다. 센서의 명칭 (V: Vertical)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듯이 기초면의 계측은 대부분 수직방향 한 방향에 대해서 이루어졌고, 상대적으 로 수평방향에 대한 계측 결과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초면 응답의 수평방향 에 대한 변동성 분석은 별도로 수행하지 않았다.
구조물에 의해서 증폭된 층응답스펙트럼들의 변화는 Fig. 13과 Fig. 14 에 나타내었다. Fig. 13은 후쿠시마 제 1발전소 6호기의 최상층(51.5 m)에 서 남북방향으로 위치한 두 센서의 방향별 응답이다. 고주파 영역에서 작은 차이들을 보이지만 전체적인 변동성은 크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Fig. 14 는 후쿠시마 제 2발전소의 터빈건물에서 터빈이 위치한 2층(22 m)에 설치 된 계측기 응답의 변동성을 나타낸다. 하나의 계측기(T1)는 터빈건물의 북 쪽 벽면 근처에 설치되어 있으며, 다른 하나는 층의 중앙에 위치한 터빈의 페데스탈(1-T1)에 설치되어 있다. 두 계측기록의 방향별 응답스펙트럼을 살펴보면 동일한 층에 위치하더라도 가속도 응답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평 방향 응답의 경우에는 동서방향과 남북방향 보두 터빈건물 구조물의 고유주파수인 4-5 Hz 근처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수직 방향 응답의 경우에는 20 Hz 이상의 고주파 영역에서 차이를 보였으나, 기초면에서와 같이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제 2발전소의 다른 3개 호기에서 관측된 결 과도 모두 수평방향응답에서는 구조물 고유주파수 부근에서 큰 변동성을 보였으며, 수직방향응답은 고주파영역에서 변동성을 보여 유사하게 나타 났다. 이러한 관측결과는 구조물의 동일 높이에서도 위치에 따라 층응답스 펙트럼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변동성의 크기 및 주요 주파수는 입 력 지진파 및 구조물의 특성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5. 결 론
본 연구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계측된 지 진 기록들을 이용하여 원자력 발전소 부지 및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지진파 의 공간적 변화 특성을 분석하였다.
지반의 깊이별 계측 기록은 하부 암반에서 지표면에 가까워질수록 증폭 하였으며, 증폭은 상부 약 50 m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 강한 지진동 에 의해서 발현된 지반의 비선형 특성으로 인하여 응답스펙트럼 비로부터 도출한 지반의 고유주파수는 전단파 속도 주상도로부터 계산한 고유주파 수보다 작게 나타났다. 발전소 부지 지표면에서 최대 지반 가속도의 공간적 변화는 최대 약 0.6 g정도의 큰 차이를 보였다.
구조물 기초면의 응답 스펙트럼들을 설계 응답스펙트럼과 비교한 결과 발전소의 호기별로 큰 변동성을 보였으며, 지진동 세기가 더 큰 후쿠시마 제 1발전소의 기록에서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구조물 기초면에 입력된 지진 파는 구조물 높이에 따라서 증폭되었으며, 계측 결과로부터 구한 고유 주파 수는 선행연구에서 도출한 고유주파수보다 낮게 나타났다. 또한, 동일한 높 이에서 위치에 따른 층응답스펙트럼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기초면에서 수 직응답은 위치에 따라서 스펙트럴 가속도가 큰 차이를 보였고, 구조물에서 증폭된 응답은 구조물의 종류와 대상 주파수에 따라서 변동성이 상이하게 나타났다.
본 연구를 통해서 관찰한 지진파의 공간적 변화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영향을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강진 시 높 이 및 위치에 따른 지진파의 변화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관찰 되었으 며, 향후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정밀한 안전성 평가 시 적절히 고려할 필요 가 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