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 론
2016년 9월 12일에 경주에서는 국내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강한 지진 이 발생하여 많은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그동안 대다수의 국민은 우리나라 는 지진에 있어서 안전지대라 여겨왔는데, 경주지진 발생 후 이러한 선입견 은 180도 바뀌었으며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다. 국내에서는 리 히터 규모 5.8 지진이 흔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경주지진과 유사한 해외사례를 찾아 비교 분석을 통해서 경주지진의 특 성을 파악하고, 향후 지진 피해에 대한 대처 방법, 복구 방법과 안전대책에 관하여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는 지진 규모와 지진발생 상황이 경주지진과 유사한 미국 버지니아지진에 대하여 비교 분석하였다. 경주지진과 버지니아지진의 개괄적인 비교, 인접 원전 구조물에 대한 지진 영향 분석, 미국 정부의 버지니아지진 후속 대책, 그리고 건물 보수 보강 방 법에 대하여 파악하고자 한다.
2.경주지진과 버지니아지진의 비교
2.1.경주지진과 버지니아지진의 종합적 비교 분석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강진이 발생하였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전진은 규모 5.1, 본진은 규모 5.8이었으며[1], 미국지질조사국 (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USGS)에 따르면 전진은 규모 4.9, 본진은 규 모 5.4였다[2]. 이렇게 기관에 따라 규모가 다른 것은 규모의 산정식이 다르 며, 사용한 관측 데이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상청에서는 리히터(지역) 규 모식을 기반으로 하여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사용하는 감쇠식을 수정 하여 규모를 산정하고 있다(식 (1))[3].
여기서 ML은 규모, A는 최대 진폭(10-3 mm), Δ는 진앙거리(km)이다.
미국지질조사국에서 발표한 전진의 규모는 실체파 규모(MB)를 사용하 였고, 본진은 모멘트 규모(MW)를 사용하였다(식 (2))[2].
여기서 M0는 지진 모멘트(seismic moment)이며, 단층의 전단계수, 단층 의 붕괴 면적, 단층의 어긋난 길이의 곱으로 구한다. 단위는 dyne․cm (10-7 N․m)이다. 리히터 규모는 지진파의 진폭과 거리에 따른 감쇠식으로 산정되 고, 진앙으로부터 600 km 이내에서만 유효하며, 강진에 대한 규모 산정이 부정확하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강진에 대해서는 모멘트 규모 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지진대, 진앙위치, 지진규모 및 인접 주요시설 등에서 비슷한 점이 많은 2016년 경주지진과 2011년 버지니아지진을 요약하여 Table 1에 나타내 었다. 두 지진의 진앙지인 경주와 버지니아 미네날(Virginia Mineral)지역 은 중약지진지대(low-to-moderate seismicity zone)로 구분되어져 있으 며 다소 내륙에 위치하고 있다. 중약진지대로서 2016년 경주지진과 2011 년 버지니아지진의 규모보다 큰 지진이 일어난 사례가 드물다. 경주지역은 2016년 지진 이전에 규모 2.0 지진이 발생하였던 것이 최대 규모였으며, 이 번 규모 5.8지진은 기상청 관측 이래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이다. 버지니아주 전체로는 규모 5.9 지진이 1897년에 발생하였지만, 2011년 버 지니아지진의 진앙지인 버지니아 미네랄지역이 속해 있는 중앙버지니아지 진대(Central Virginia seismic zone) 내에서는 1875년에 발생한 규모 4.8 으로 추정되는 지진이 2011년 이전의 최대 지진이다.[4] 즉, 두 지역은 중약 진대로 구분되어짐에도 불구하고 규모 5.8의 강지진이 발생하였다는데 동 일한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중약진대에서는 강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 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 두 지진으로 인해 중약진대에서도 드물긴 하지만 리 히터규모 6에 가까운 강진이 발생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지진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두 지진에 차이점이 있다. 경주지진은 양 산단층에서 주향이동단층에 의해 발생하였으며(Fig. 1(a)), 진원 깊이는 13 km로 추정된다[5]. 과거 국내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강진의 평균 진 원 깊이는 10 km 정도이며, 이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진원 깊이는 깊은 편이라 할 수 있다[6]. 과거 경주 주변에서 발생한 지진은 양산단층의 동쪽 편에서 많이 발생하였으나 이번 경주지진의 본진은 양산단층에서 약간 서 쪽에서 발생하였다[5]. 2011년 버지니아지진은 중앙버지니아지진대에서 발생하였고 버지니아지진은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피드몬트( Piedmont) 지역에서의 역단층에 의해 발생하였으며, 본진의 진원 깊이는 6 km로 얕은 편이다(Fig. 1(b)). 버지니아지진대 안에 있는 초파왐식(Chopawamsic) 지층에서 발생하였으며, 단층의 상반이 최대 1미터 정도 위로 밀고 나아갔 다[7]. 에너지 해소의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평범한 역단층 지진이라 볼 수 있으나, 동부해안을 따라서 위치한 암석들이 지진의 에너지를 흡수하지 않 고 오히려 지진 에너지를 증폭하면서 전달하여서 지진이 넓은 지역에서 감 지되었다.
2.2.경주지진과 버지니아지진의 지진파 비교
2.2.1.지진 기록 비교
경주지진과 버지니아지진을 기록한 관측소는 많지만, 본 논문에서는 진 앙지에서 가깝고 데이터가 확실한 지점 3곳을 추려서 분석하였다. 경주는 명계리(MKL), 울산(USN), 덕정리(DKJ) 관측소, 버지니아지진은 북안나 원자력발전소(North Anna Nuclear Power Station, NAP), 샬러츠빌 (Charlottesville, CVVA), 프레데릭스버그관측소(Fredericksburg observatory, CBN) 3곳의 지진파를 분석하였다(Fig. 1). 지진 기록의 경우 계측 장비와 주변 환경에 따른 노이즈가 포함될 수 있으며, 지진 기록에 포함된 고주파 성분의 경우 일반적인 건물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필터링 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진파를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정제하여 Fig. 2에 나타내었다. 남북(NS), 동서(EW)방향에 대한 최대 지반가속도(Peak Ground Acceleration, PGA)와 진앙에서의 거리를 관측소 별로 Table 2에 정리하 였다.
경주지진 기록은 100 sample (샘플링 주기 0.01초)의 기록을 사용하였 으며, 25 Hz 이상의 고주파 성분에 대해 버터워스 저역통과 필터(Butterworth low-pass filter)가 적용된 지진 기록을 사용하였다[10]. 버터워스 필터는 통과대역에서 평탄한 특성을 가지며, 전이대역에서 완만한 성질을 가진다. 필터의 차수가 높을수록 전이대역이 좁아지며, 여기서는 6차 버터워스 저 역통과 필터가 적용되었다. 저역통과 필터의 기준으로 사용된 25 Hz 주파 수는 샘플링 주기 0.02초에 대한 나이퀴스트 주파수(Nyquist frequency) 에 해당한다. 나이퀴스트 주파수는 샘플링 과정에서 샘플링 주기에 따라 식 별 가능한 최대 주파수이다.
버지니아지진 기록 중 북안나원자력발전소 데이터는 미국 태평양지진 연구센터(Pacific Earthquake Engineering Research Center, PEER)의 기록을 사용하였고 샬러츠빌와 프레데릭스버그관측소 데이터는 강지진데 이터센터(Center for Engineering Strong Motion Data, CESMD)의 기록 을 사용하였다[11, 12]. 버지니아지진 기록의 샘플링 주기는 0.005초이다.
Fig. 2를 살펴보면, 경주지진의 경우 강진지속시간(strong motion duration)이 3초 정도로 버지니아지진의 10초 정도에 비해 크게 짧은 것으 로 나타났다. 강진지속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보니 경주지진의 피해규모 가 버지니아지진의 피해보다 작았다고 판단된다. Table 2에서 방향별 최대 값을 보면 경주지진은 명계리관측소와 울산관측소에서는 동서방향, 버지 니아지진은 3곳 모두에서 남북방향의 지진파 최대가속도가 더 크다. 이는 단층이 경주는 동서, 버지니아는 남북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 된다.
버지니아지진의 경우 진앙에서 가장 가까웠던 NAP 관측소에서의 지진 파의 형태가 CVVA와 CBN 관측소와는 차이가 있었다. NAP 관측소에서 는 지진의 전체 지속시간이 20초 이내로 나타났지만, CVVA 관측소에서 는 약 60초, CBN 관측소에서는 40초 정도였다. 이러한 관측소에 따른 차이 는 지진파가 통과한 지반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반의 성질에 따라 지진파가 증폭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보다 넓은 지역까지 전달될 수 있다.
경주의 덕정리관측소(DKJ)와 북안나원자력발전소(NAP)는 거리가 서로 비슷하지만 최대 지반가속도는 약 3배의 차이가 발생하였다. 이는 경 주지진은 지속시간이 짧아 지진에너지가 덕정리관측소까지 많이 전달되지 않았으며, 버지니아 지진은 지진에너지와 지반의 영향으로 인하여 최대지 반가속도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Fig. 3에서는 경주지진과 버지니아지진의 응답스펙트럼을 나타내고 있 다. 각 관측소 지진 기록의 방향 성분 중 큰 값을 기준으로 나타내었다. 경주 지진의 경우 주기 0.1초 안팎에서 응답스펙트럼의 가속도 값이 크게 나타나 고 주기 0.2초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지니아지진 의 경우 경주지진에 비해 가속도 값이 작게 나타났지만 주기 0.6초까지는 고른 분포를 나타냈다.
일반적인 모멘트 골조 형식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약산 주기는 건물의 층수에 0.1초를 곱해서 구한다. 따라서 경주지진의 경우 응답스펙트럼에서 가속도 값이 큰 구간이 주기 0.1초 안팎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1층 정도의 건 물에만 큰 영향을 미치고 중층 이상의 건물에 대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었 다. 하지만 버지니아지진의 경우 주기 0.6초 정도까지 응답스펙트럼의 가속 도 값이 크게 나타났으며, 이는 중저층의 건물에 큰 영향을 주었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진앙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PGA는 작게 나타나지만 Table 2에서 알 수 있듯이 경주지진에서는 USN 관측소가 MKL 관측소에 비해 거리가 더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PGA가 더 크게 나타났다. 또한 Fig. 3에서 USN의 응답스펙트럼의 가속도는 다른 관측소와 달리 주기 0.3~0.4초에서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이는 USN 관측소 주변의 지반에 의해 지진파가 증 폭된 것으로 보인다. 버지니아지진의 관측소들이 상대적으로 진앙으로부 터의 거리가 멀어 PGA는 대체로 작게 나타났다.
2.3.지진피해
2016년 경주지진으로 인해 10월 4일 기준으로 부상자 23명과 9,368건 의 피해가 발생하여 총 110억 원 정도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 었다[13]. 재산 피해 110억 중 93억 원 정도는 경주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 타났다. 문화재가 많은 경주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여 재산 피해 중 문화재 피해가 차지하는 비중이 46% 정도로 높았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 해에 대비한 문화재 보수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천년고도의 문화재인 만큼 계획성을 가지고 보수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
균열 및 붕괴 등의 큰 피해는 진앙지인 경주시 내남면 주변과 울산에서 대부분 발생하였으며, 양산단층을 따라 많이 분포하였다[6]. 민간 건축물 의 경우 내진설계 대상에서 제외된 소규모 건축물(연면적 500 m² 미만의 1, 2층 건물)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 주된 피해 내용은 균열, 지붕 파손, 담장 파 손 등이다(Fig. 4(a)).
2011년 버지니아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3억 달러로 추정된다 [4]. 미국 전역에 걸쳐 주택 534채가 피해를 입었으며, 4채가 붕괴하였고 253채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14]. 또한 두 개의 학교에서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역사적 건축물과 비보강 조적식 구조물에서 소, 중규모 피해가 발 생하였고, 보강 조적조와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에서는 미세균열(minor crack)이 발생하였으며, 일부 간이차고(carport)는 붕괴되었다. 두 지역 모 두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보다는 조적조나 저층건물, 문화재 등의 내진성능 이 부족한 구조물에 피해가 집중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Fig. 4 (b)).
경주지진에 의한 국내의 피해는 같은 규모의 지진이었던 버지니아지진 의 피해의 20분의 1 정도로 적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앞서 기술된 지진 기 록의 분석에서 알 수 있다. 우선 경주지진의 경우 지진의 진원 깊이가 13 km 로 버지니아지진의 6 km에 비해 깊었다. 지진의 지속 시간 역시 버지니아 지진에 비해 상당히 짧은 편이었다. 경주지진은 버지니아지진에 비해 고주 파 성분에 집중되어 있어 건물에 대한 영향은 적었다. 다만 고주파 성분이 많아 저층건물의 피해가 많았으며, 비구조체에 대한 피해 역시 컸다.
이러한 피해 현황을 토대로 국내 건물의 내진설계의 방향 역시 다시 검 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경주지진을 통해 국내에서 발생 가능한 강진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앞으로 양산단층 주변에서 발생할 강진의 경우 이번 경주지진과 비슷한 특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며, 고주파 성분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고주파 성분의 지진에 취약한 저층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비구조체에 대한 보강 역시 고려해 야 한다.
2.4.여진 상황
2016년 9월 12일 규모 5.1의 전진 이후 10월 13일까지 규모 1.5 이상의 여진은 총 478회 발생하였다. 규모 1.5 이상 3.0 미만은 459회, 규모 3.0 이 상 4.0 미만은 17회, 규모 4.0 이상 5.0 미만은 2회 발생하였다[1]. Fig. 5(a) 는 9월 12일부터 10월 12일까지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여진을 나타내고 있다. 본진 발생 이후 20일 정도까지 활발히 여진이 발생하였고 이후 여진 발생의 빈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지진의 여진은 현재 진행 중이 기 때문에 이후 여진의 횟수는 계속 증가할 수 있지만, 빈도는 확연히 줄어 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버지니아지진의 여진은 2011년 8월 23일 본진 발생 이후 2012년 7월 28일까지 약 450회의 규모 1 이상의 여진이 발생하였다 (Fig. 5(b)). 규모 4 이상의 여진은 2회 발생하였으며, 가장 큰 여진은 규모 4.5였다. 대부분의 여진은 규모 2에서 3 사이였으며, 본진 발생 이후 4개월 정도까지 많이 발생 하고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진의 규모는 두 지진이 서로 유사하였다. 두 지진 모두 대부분 2이상 3 미만이었고, 규모 4 이상의 여진이 2회씩 발생하였다. 하지만 버지니아지 진의 여진은 4개월 정도까지 활발히 지속되었으며, 경주지진의 여진은 20 일 정도까지 활발히 진행되었고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이런 지속적인 여진 은 잔류된 지진에너지의 방출을 의미한다. 두 지진 모두 규모 4이상의 강한 여진은 본진 발생 이후 일주일이내에 발생하였다. 이는 이번 경주지진과 비 슷한 규모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일주일 이내에 강한 여진이 발생할 수 있음 을 뜻하며, 이에 대한 대비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5.원자력발전소의 지진에 대한 영향
경주지진과 버지니아지진의 또 다른 공통점은 30 km 이내에 원자력발 전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주지진의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발전소는 월성원자력발전소(Wolsong nuclear power site)로 진앙지에서 27 km떨 어져 있다. 버지니아지진에서는 진앙지로부터 북안나원자력발전소(North Anna Nuclear Power Station)가 18 km에 위치하고 있다(Fig. 6(a)).
북안나원자력발전소에서 측정된 최대지반가속도는 0.264 g이며, 지진 감지기가 가동중지지반가속도(Safe Shutdown Earthquake, SSE) 0.12 g 를 넘자 원자로의 가동이 자동으로 중단되었다[16]. 지진공학연구소(Earthquake Engineering Research Institute, EERI)와 극단지반활동조사단(Geotechnical Extreme Events Reconnaissance, GEER)이 원전의 지진 피해에 대한 정 밀 검사를 수행하였다. 비중요시설(noncritical facilities)에서 헤어균열 같 은 소규모 피해(minor damage)가 발생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건식 방사성폐기물 저장용기(dry storage cask)가 114 mm 이동하였다고 보고 된다(Fig. 6(b)). 최대지반가속도가 가동중지지반가속도에 2배에 가까움 에도 중요시설에는 피해가 없었다.
월성원자력발전소는 “지진행동 매뉴얼”에 따라 위기경보를 발령하였 고, 가동중지지반가속도가 0.1 g에 인접하자 월성 1~4호기 원자로에 대해 서 순차적으로 수동정지하였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내진설계 시 지반 가속도는 0.2 g 및 0.3 g인데, 월성원자력발전소는 0.2 g에 기반하여 설계 되어 있다[17, 18]. 월성원자력발전소 가동에 대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진 대응시스템은 총 3단계로서 지진자동경보(0.01 g), 수동정지(0.1 g, 내진 설계의 50% 수준), 자동정지(0.18 g, 내진설계의 90% 수준)로 되어 있으 며, 이번 경주지진에서는 지반가속도가 0.1 g에 도달하자 4시간 이내에 정 지 후 발전소를 검사하는 2단계를 적용하였다[18]. 미국과 한국의 원전가 동중지에 관한 기준을 비교해보면 한국원자력발전소의 수동정지지반가속 도는 미국 자동정지지반가속도보다 0.02 g 더 낮게 되어 있지만, 자동정지 지반가속도는 미국보다 0.06 g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월성원자력발전소의 최대지반가속도를 보면 사실상 0.1 g를 넘지 않았 지만(Table 3),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지진대응시스템에 따라 월성원자 력발전소 원자로를 중지하였다. 반면 신월성 1, 2호기에서는 지반가속도가 0.1 g에 많이 못 미쳐서 원자로를 정상운행하였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조사 에 따르면, 월성원자력발전소 뿐만 아니라 고리, 한빛, 한울 등 원자력발전 소를 점검하였으며 시설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설계 지반가속도 0.2 g로 내진설계된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이번 경주지진으로부터는 안전하 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발전소가 원자로의 최대지반가속도 가 0.1 g가 넘지 않았음에도 중지한 것은 이번 지진이 기상청 측정기록 중 최대 지진이었고 진앙지가 상대적으로 가까웠으며 선행사례 또한 없었기 때문으로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사료된다.
3.미국과 한국 정부의 복구 지원
2011년 버지니아지진 피해에 대한 정부의 복구 지원에 관련된 종합정보 는 미국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FEMA) [19]으로 부터 얻을 수 있다. 같은 해 11월 4일 오바마 대통령은 버지니아주 를 재난지역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Louisa 카운티를 중심으로 개인 (individual) 및 공공 지원(public assistance) 지역이 구분 되었으며 이 선 언을 통해 재난완화자금프로그램이(hazard mitigation grant program) 만들어 져 재난에 대한 복구비용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Fig. 7). 주요재난 피 해에 대한 개인 지원 산정을 예로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개인거주지에 대 한 피해의 정도는 총 4단계로 구분하였다. 완전파괴 (destroyed)인 경우는 구조물의 완전한 파괴로 구조물의 보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지붕, 벽체, 기 초 부분에 대한 붕괴를 의미한다. 두 번째 단계는 주요부위손상(major damage)으로 벽체, 바닥면 및 기초에 심각한 파괴가 있어 복구시간이 30일 이상 걸리는 경우이다. 다음단계는 가벼운 손상(minor damage)으로 거주 지의 손상으로 거주는 불가능하나 짧은 시간 내에 복구가 가능한 경우를 의 미한다. 마지막으로 최소단계(affected)는 구조물에 손상은 있으나 거주에 는 문제가 없는 경우이다. 최초 재난지역선언 시 조사에 의해 총 534 가구가 피해가 있음이 확인되었고 주요부위 손상 및 최소단계 피해가 각각 243건 과 230건으로 보고되었다. 현재까지도 이러한 피해에 대한 복구가 이루어 지고 있으며 온라인상에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17].
대한민국 정부도 경주지진 발생 후 9월 22일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 로 선포하여 피해수습에 나섰으며, 특별재난 지역 선포로 재난 구호와 복구 에 필요한 행정, 재정, 금융, 의료상의 특별지원이 제공되었다. 정부 관계부 처, 지자체, 민간단체의 협력으로 9월 30일까지 공공 및 민간시설에 대한 응급조치가 마무리되었다. 복구계획은 9월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 의에서 심의, 확정되었다. 재원은 국고지원 복구비로 국비 89억 1천만원, 지방비 25억 8천만원, 자체복구비로 30억 2천만원이 확정되었다[13].
복구 추진 상황으로는 9월 18일 특별교부세 긴급지원으로 응급복구지 원 40억(경주 24억, 울산 7억 등)과 9월 24일 피해주민을 대상으로 전파 900만원, 반파 450만원, 소파 100만원의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였다. 이 외 에도 지방세, 통신요금, 측량수수료 감면, 건강보험료 경감 등의 간접지원 이 이루어졌다. 정부합동 복구지원단에서는 10월 4일 기준으로 피해주민 3,413명을 대상으로 심리회복 지원을 하였으며, 경주 숙박시설 39개소에 대해 긴급안전점검을 수행하였다. 또한 안전진단 지원팀을 파견하여 지진 피해 시설물 위험도 평가에 대한 기술 및 행정지원을 수행하였다[13].
향후 계획으로는 10월까지 공터, 운동장 등 옥외 대피소 지정 및 기존 임 시 주거시설 13,486 개 중 내진설계시설 파악 및 지정토록 조치할 계획이 다. 또한 추가피해 발생에 대한 피해접수를 계속 받을 예정이며, 지원 기준 에 따라 지원할 예정이다[13].
4.버지니아지진의 복구 작업 사례
버지니아지진으로 인하여 역시 많은 문화유적과 저층건물이 피해를 입 었다. 특히 조적식 구조물과 저층건물에서 많은 피해가 있었다. 우리나라에 서도 대표적으로 조적 구조물인 첨성대가 피해를 입었으며, 민간 저층건물 에서 균열 및 탈락 등의 피해를 입었다. 경주지진으로 피해를 복구하고자 다 양한 피해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검사 방법과 보수보강 방법이 동원되고 있 는데, 버지니아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건물의 보수보강에 대해 알아보고 경 주지진 피해 건물의 보수 및 복원에 대해 참고하고자 한다. 그 중 워싱 턴 D.C에 위치한 셔먼빌딩(Sherman building)과 메릴랜드주 스미스소니언 환경연구소(Smithsonian Environmental Research Center) 단지 안 고택 (historic homestead house)이 어떠한 공법과 과정을 통해 복원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20-22].
4.1.조적식 문화유적물에 대한 보수 및 보강 사례
셔먼빌딩은 미국과 워싱턴 D.C의 문화유적물(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 and the D.C. Inventory of Historic Sites)로 지정되어 있 데, 버지니아지진으로 인하여 벽의 붕괴, 벽돌 균열 , 지붕 장식물의 탈락 등 의 피해를 입었다(Fig. 8). 이렇게 손상을 입은 셔먼빌딩은 역사적인 건물이 었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조사 통한 2년간의 복원 사업이 진행되었다. 작업 의 내용으로는 구조물의 조사를 통한 구조적 재건축, 벽체보강, 굴뚝 및 시 계탑 보강, 지붕 및 난간장식품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부분의 보수 보강이 이루어졌다.
셔먼빌딩은 시계타워로 유명한 건물인데, 버지니아지진으로 시계타워 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복구과정은 시계타워를 해체 후 철골구조보강 물로 구조적 보강을 하고 조적을 재조립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복구를 위 해서 여러 복구방법이 제시되었는데, 설계와 시공의 유연성이 있고, 장기적 으로 내진성능보강이 우수한 철골구조보강법이 채택하였다(Fig. 9). 기둥 철골은 약 8 m 길이로 HSS10×10×1/2이 사용되었고, 보와 가새 철골은 약 3 m, 4.5 m 길이로 W14×48, W12×53, W12×30 W6×16을 사용하여 대 략 40개의 부재로 철골구조보강물이 조립되었다. 이 때 외부 평지에서 철골 구조보강물을 조립한 후 크레인으로 타워 내부로 옮기는 방법을 통해 시간 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였다(Fig. 10). 기존 벽돌은 20줄 이상을 해체 하였으며, 철골구조보강물을 설치 후 재조립하였다.
내부 지붕을 살펴봤을 때도 노후화로 인한 지지목의 부식과 지진하중으 로 인한 심각한 파손의 모습을 Fig. 11의 왼쪽 사진에서 명백히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외관벽과 만나는 힐조인트(heel joint)의 파괴는 벽체 및 굴뚝파 손의 원인이었다. 이러한 파괴지점의 파괴 규모의 산정은 비파괴검사를 통 해 진행되었다. Fig. 11의 오른쪽은 철골을 이용한 지붕에 위치한 힐조인트 의 보수보강 사진이다. 이러한 디자인을 위하여 지붕의 붕괴 및 파손부위에 대한 철저한 육안조사 및 비파괴조사를 실시하였다. 공간제한 및 역사적 조 적식 구조물로 인해 모든 작업은 수작업으로 진행 되었다. 손상 전후 사진을 비교하였을 때 파손과 보수보강 부위에 대한 비교를 할 수 있다.
상부의 작은 탑은 그라우트앵커방법(grouted sock anchor approach) 으로 수리하였다. 벽돌에 작은 구멍을 뚫은 후에 나사형 로드(stainless steel threaded rods within fabric socks)를 구멍에 넣고 시멘트페이스트 로 고정하는 방법이다. 외부 조적벽도 앵커와 타이백(grouted sock anchors with steel tie backs)으로 고정 후 그라우트로 보강하였다. 그리고 조적벽과 목재프레임을 연결하기 위해서 앵커와 철판을 이용하여 보강하 였다(Fig. 12).
4.2.조적식 고택의 보수 보강 사례
버지니아지진 진앙지로부터 대략 남서 방향으로 200 km 떨어진 매릴랜 드주(Maryland) 에지워터(Edgewater)에 위치한 140평 규모의 조적식 고 택 또한 손상을 입었다. Fig. 13은 정문의 모습으로 지진으로 인하여 현관 에 주위에 벽돌이 탈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문현관 및 내부벽면과 다 르게 내부는 모서리 부분을 따라 균열이 발생하였으며 정면과 후면의 벽의 경우 마루골조(floor framing)와 분리되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벽면사이에서도 심한 균열이 발견되었는데, 균열 길이는 최대 6 cm로 측 정되었다.
이러한 지진의 피해를 바탕으로 2층 바닥면과 벽을 앵커로 고정을 하는 타이백(Tie back)방식으로 보강계획이 수립되었다. 기존에 2층 벽이 고정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횡력을 받으면 바깥면으로 최대 변위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23]. 타이백 방식을 사용하여 2층 바닥 다이아프램에 벽을 고정시킴으로써 벽의 비지지길이(unbraced length)를 줄이고자 하였 다. 적절한 보수시공을 위해 인장선(metal tie bar)과 앵커(wall anchor or patress)를 이용하였다(Fig. 14). 인장선을 설치하기 위해 벽면과 조이스트 (joist)에 구멍을 낸 후 설치 작업을 하였고 벽면쪽에 설치되는 고정장치 (patress plate)는 외부노출에 의한 부식을 방지하고 오래 사용하기 좋은 스 테인리스강(stainless steel)을 사용하였다(Fig. 14). 외부벽면에 설치된 고 정장치 또한 장식을 하여 보강 후 미관상의 문제를 최소화하였다.
타이백 이외에 추가적인 전단벽 보강의 필요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 ASTM[24]에 따라서 벽에 작은 구멍을 뚫고 조적벽의 전단강도를 테스트 하였다. 이번 사례에서는 지진 후 벽의 전단응력을 10psi (0.07 MPa)로 예 측하고 전단벽을 추가하려고 계획하였으나, 실제 벽의 전단응력을 테스트 한 결과 전단응력이 32psi (0.22 MPa)로 기준의 19psi (0.13 MPa)을 초과 하였기 때문에 추가 전단벽 보강 계획을 취소하였다[23].
Fig. 15의 왼쪽은 지진피해 후 내부벽면의 회반죽(plaster)을 제거 한 후 찍은 사진이다. 지진으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각균열이 육안으 로도 쉽게 관찰되었다. 균열이 생긴 벽돌사이에 줄눈 채움제를 이용하여 보 수를 한 후 주변 색과 비슷한 벽면 회점토를 이용하여 이전과 최대한 비슷하 게 복구 작업을 수행하였다(Fig. 15).
보수 및 보강 작업 시 특히 유의한 부분은 고택에 대한 보존이기 때문에 기존과 색상이 많이 다르게 보강될 수 있었는데 이를 최소화 하였다는 점이 다. 본 주택은 1735년 최초 건설 후 1841년에 증축으로 인해 여러 세대의 벽돌과 모르타르가 사용된 건물이다. 가장 비슷한 색상의 모르타르를 사용 하기 위해서 모르타르 목업 테스트를 수행하여 2세대의 모르타르와 가장 유사한 2가지 배합을 구성한 후 최종적으로 적용 배합을 결정하였다.
천년고도 경주 문화재의 복구에 있어서도 미국의 사례를 참고하고 국내 상황을 고려하여 현명한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천년이상 지속되어온 첨성대와 같은 문화재는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거나 필 요하다면 기존 구조물의 변경을 최소화하면서 복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 다. 이에 대해선 전문가 집단의 협의를 통해 면밀한 계획을 세운 후 구조전 문가의 감리 하에 진행되어야 한다.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방글 라데시의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인 빔센타워가 붕괴된 상황을 고려할 때 선 진국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되어 온 문화재 보존공학과 국내지침에 기반하 여 적절한 보수보강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5.결 론
본 논문에서는 경주지진과 유사성을 지닌 미국 버지니아지진의 사례를 통하여 경주지진에 대하여 고찰하였고, 두 지진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경주 지진 후의 상황을 미리 예측하여 보았다. 또한 미국의 복구사례를 종합적으 로 살펴봄으로써 국내 복구 상황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서 다음의 결론을 유추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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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주지진과 버지니아지진은 중약진(low-to-moderate)지대에서 강진 이 발생한 사례로서 규모 5.8의 동일한 값을 기록하였다. 경지주진은 규 모산정에 있어서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사용하는 감쇠식을 사용하였고, 버지니아지진은 모멘트 규모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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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속도 스펙트럼-시간 그래프를 분석해 본 결과 강진지속시간은 경주 지진이 3초정도로 짧았고, 버지니아지진은 10초 정도로 상대적으로 길 게 나타났다. 따라서 경주 지역의 피해규모가 비교적 적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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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주지진은 응답스펙트럽 분석 결과, USN(울산)관측소의 데이터는 0.1초의 짧은 주기영역에서 응답스펙트럼 가속도 값이 크게 튀는 것으 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영역에 속하는 단층건물들이 다소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반면, 버지니아지진에서는 주기 0.6초까지 응답스펙트럼 값이 크게 나타났다. 이는 중저층의 건물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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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버지니아지진의 경우 미국연방재난관리청을 중심으로 지원하였으며, 완전파괴, 주요부위 손상, 가벼운 손상, 최소단계 등 4단계로 나누어 조 사를 실시하였다. 경주지진의 경우 대한민국 정부 주도로 특별재난지역 으로 선포하여 피해를 수습하였으며, 전파, 반파, 소파로 구분하여 기술 및 행정지원을 수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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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버지니아지진의 경우 철저한 피해 조사가 지진 후 이루어 졌으며 문화 재 유적물인 셔먼빌딩의 경우 구조적 조사를 2년간 심도있게 진행하였 다. 그런 후 벽체보강, 구조 재건축, 굴뚝 보강, 및 지붕 난간보강을 실시 했으며 보강 도면이 잘 정리 보관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주 지진의 경우에도 첨성대 등 중요 문화재들이 많이 있는데, 기존 구조물 의 변경을 최소화하여 보강계획을 세우고 도면을 최대한 보관 정리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공공 및 원전구조물의 경우 에도 내진전문가에 의한 정밀진단 및 보수 보강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져 야 할 것이며, 민간 건물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정부 지원을 통한 구조진 단 및 보수 보강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구조진단부터 보수 보강 까지 서두르지 않고 체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